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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막다른 골목에 선 '대북 정책'

안유회 /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 북미 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빌 클린턴 집권 말기 북미 대화가 진지하게 진행됐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부시 행정부와는 접근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미됐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은 부시 정부와 다르긴 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금까지 거의 7년 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란과 핵협상을 종결 짓고 쿠바와 국교를 재개해도 북한 핵문제에는 이렇다 할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이른바 '전략적 인내'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북한이 다섯번째 핵실험을 강행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대변인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반응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다. 오바마의 직접 성명 외에도 최근엔 어지간한 사태에는 꿈적도 안 하던 한국 증시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럴만도 하다.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이 합체돼 미사일에 핵탄두를 결합하는 핵무기화 단계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북핵을 대하는 주요국의 태도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오바마는 성명에서 "추가 대북 제재를 포함한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대화를 하는 것은 북한에 시간벌기만 된다"고 못박았다. "북한은 어떻게든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으로 지금은 의지의 대결"이므로 "여기서 우리가 기필코 이겨야 한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입장이다. 대화는 없으며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켜 핵을 포기하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기존의 정책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예의 중국 비난이 가세했다. 애쉬 카터 국방장관은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에 심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무시하고 북한 말리기는 중국의 책임이라는 '전략적 인내'는 때로 '전략없는 인내'라는 비아냥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한이 다섯 번의 핵실험 중 네 번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감행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미국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할지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추가 제재 방법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오바마의 성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결국 협상으로 핵 동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북한이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지극히 이성적인 국가라고 보도하고 나섰다. 북한을 '무시해야 마땅한 버릇없는 어린애'로 비유한, 국무장관 시절 힐러리 클린턴의 시각과 정반대다.

북한 핵은 클린턴 정부 시절 과거의 핵, 현재의 핵, 미래의 핵 3개로 분류됐다. 당시에는 협상을 통해 과거의 핵은 해체하고 현재의 핵은 중지시키고 미래의 핵은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지금은 과거에 만든 핵은 더 늘었고 현재의 핵은 너무 멀리 갔고 미래의 핵은 차단할 시도조차 없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최근 "(너무 늦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 목표를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으로 설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가 주장한 핵 동결 주장과 유사하다. 지금까지 개발한 것은 어쩔 수 없고 미래의 핵이나 미사일만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붕괴한다는 믿음 속에 항복을 압박하는 대북 정책. 왜 북한을 압박하지 않느냐고 중국을 압박하는 대북 정책. 7~8년째 계속되고 있는 두 개의 전략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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