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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진해운 사태에서 얻는 교훈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해운업계에는 '호황기에는 불황을 대비해야 하고, 불황기에는 호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해운경기가 세계경제와 무역 물동량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도 있지만 심화되는 경쟁으로 호황은 짧아지고 불황은 길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는 선박건조 가격이 가장 싼 요즈음, 3~4년 후의 호황을 내다 보고 초대형 선박(1만8270 TEU) 20척을 발주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해운경기를 예측하는 일이나 호·불황에 대비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자의 몫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무역 물동량의 감소를 초래했고 현재 세계 모든 해운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호황기를 맞은 해운사들은 경쟁적으로 대형선박을 발주했다. 물동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시장에 이들 대형선박이 투입돼 공급은 초과되고 결국 운임을 하락시켜 해운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이미 싱가포르 국영선사 NOL은 프랑스의 CMA CGM에 합병이 됐다. 중동의 UASC 선사도 독일의 하팍 로이드 선사와 합병 논의 중이다.

하팍 로이드는 2010년 경영위기 때 독일 중앙정부와 함부르크 지방정부의 채무지급보증과 긴급 자금수혈로 회생한 해운사다. 중국 국영선사 COSCO도 심각한 자금부족으로 최근 정부로부터 650만달러의 자금수혈을 받았다. 요약하면 금융위기 이후, 약 7년간 해운불황은 모든 해운업계의 생존을 위협해 왔었다.

최근 한진해운도 자금압박으로 결국 법정관리로 넘겨졌다. 80여척의 한진 선박들이 공해상에 열흘이상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은 세계의 뉴스가 됐다.

대한민국 제1의 선사요, 세계 7위 해운사가 빚쟁이가 되어 공해상의 떠돌이 신세가 됐다. 다행히 미국 법원에 챕터15(외국법인의 파산보호신청)이 받아들여져 하역작업이 속개됐다니 천만다행이다.

101척의 컨테이너 선박으로 세계 80여개국의 노선망을 마치 시내버스처럼 정기운항했던 한진해운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수출주도형이다. 그 수출물량의 60%를 담당하는 해운사가 법정관리를 받았을 때 발생할 물류대란과 국가적 손실을 생각했어야 했다. 그에 대한 대책과 준비가 없이 오로지 금융논리와 원칙만 따랐다면 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발상이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다. 한 검객이 장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탔는데 뱃전에 걸터앉아 강산을 바라보니 심신이 즐거웠다. 등에 차고 있었던 무거운 장검을 내려놓고 산수절경에 취했다. 배가 강 중간쯤에 이르자 파도가 출렁거려 옆에 놓은 장검이 그만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놀란 검객은 급히 발에 차고있던 단검을 꺼내 떨어뜨린 뱃전에 표시를 해 두었다. 검객에게 칼은 생명처럼 귀중한 것이다.

배가 건너 편 나루터에 도착하자 검객은 곧 칼을 찾기 위해 표시해 둔 뱃전에서 물로 내려가 칼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은 배에 동승했던 사람들과 나루터에서 배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까지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배(舟)는 시대의 흐름이요, 칼(劒)은 법(제도)을 상징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고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융통성없이 고지식하게 옛 방법으로 처신하는 것'을 '각주구검'이라 한다.

40년간 고속 성장을 이어 온 한진해운이 정부와 국민적 합의로 회생해 해운보국으로 보답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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