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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백악관의 '병상일지'

[LA중앙일보] 발행 2016/09/14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9/13 23:03

김완신/논설실장

힐러리가 휘청거렸다. 지지율이 아니다. 11일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테러 15주기 추모행사에서다. 행사 도중 자리를 떠나 차로 향하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무릎도 풀렸다. 주위의 부축을 받아 겨우 차 안으로 쓰러지듯 들어갔다. 차를 타기까지 20초 분량의 장면은 전국에 중계됐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결국 12 13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 방문은 취소됐고 주치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에게는 정확한 판단력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정치적인 역량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자질에 앞서는 것이 '건강'이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후보가 가진 모든 장점도 의미가 없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의 건강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건강하지만은 않았다. 의료수준이 지금 같지 않던 건국 초기 대통령들은 각종 전염병과 풍토병에 시달렸다.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62세에 취임해 만성두통 시력저하 폐출혈 등의 신체적 정신적 중병을 겪었다. 22대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신장감염과 구강종양 수술을 받았다. 24대 워렌 하딩 대통령은 극심한 신경쇠약과 심장질환으로 임기 중 세상을 떠났다.

27대 윌리엄 태프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만인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300파운드를 넘었다. 병적인 비만으로 수면무호흡증이 생겨 밤에 잠을 못 자면서 중요한 정치모임에서 종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8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고혈압 두통 난시 뇌졸중 등의 '종합병동'이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손이 불편해 필기를 못한 적도 있었고 왼쪽 눈의 시력을 거의 잃기도 했다. 34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심장질환 뇌졸중 만성장염 등으로 고통받았다.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젊고 열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치명적인 애디슨병을 앓았고 만성요통으로 진통제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심지어 병환으로 임기를 한달 채우고 사망한 대통령도 있다.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임기 중 첫번 째 사망한 대통령이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짧은 재임기간을 기록한 대통령이다. 정확히 30일 12시간 30분이다. 사망원인은 추운 날씨에 외투도 입지 않고 미국역사상 가장 긴 취임연설(8445자)을 강행해 생긴 폐렴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4년 뉴욕타임스는 폐렴이 아닌 장티푸스가 사인이고 취임연설도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해리슨 대통령의 병이 시작된 것은 취임식 직후가 아닌 3주 후였고 당시의 낮은 의료수준이 사망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힐러리의 '건강 이상설'이 올해 대선판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추모행사 이후 CNN이 발표한 힐리러의 대선승리 가능성은 지난 9일 72%에서 12일 58%로 떨어졌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28%에서 42%로 급등해 반사이익을 얻었다. 분명 호재임에도 트럼프는 힐러리의 건강문제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70세의 고령인 그도 건강문제를 자신하기 어려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트럼프의 자세한 의료기록이 공개된 적도 없다.

힐러리와 트럼프는 역대 최고로 비호감을 보이는 후보들이다. '거짓말' 힐러리와 '막말' 트럼프의 대결이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차악(次惡)'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혼탁한 대선 레이스에 이제 건강문제까지 불거졌다. 유권자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미국 대통령을 원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두 대통령 후보에게 정직과 품격을 갖춘 '건강한 정신'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신체라도 건강한 대통령이지만 이들 후보들에게는 그나마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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