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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캐퍼닉이 무릎을 꿇은 이유

[LA중앙일보] 발행 2016/09/19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9/18 11:57

'그는 이번에도 일어서지 않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게임 자체보다 이런 궁금증이 더 컸다. TV중계 카메라의 포커스도 당연히 그를 향했다. 하지만 그는 LA램스와의 개막전에서도 결국 일어서지 않았다.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한쪽 무릎만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주인공은 프로풋볼(NFL) SF포티나이너스 팀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다.

그는 요즘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 국가에 대한 예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전 국가가 연주될 때면 기립 대신 한쪽 무릎을 꿇는다.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가와 국기에는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기립 거부의 이유다. 일부에서는 "주전이 되지 못하자 주목받고 싶어 하는 행동"이라고 폄하하지만 그는 "이것이 풋볼보다 더 중요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의 행동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총격살해 사건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는 "길바닥엔 시신들이 있는데 살인자는 휴가를 떠난다"고 비난한다. 일부 동료 선수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무릎을 꿇는 대신 오른손을 드는 선수도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상대에서 검은색 장갑을 낀 오른손을 들었던 미국 육상선수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공권력 남용 항의 시위에 등장하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fe Matters)'는 구호를 풋볼구장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스타 선수의 예기치 못한 행동에 찬반 논란은 경기장 밖에서도 뜨겁다. 요약하면 종교와 표현의 자유는 미국의 근간인 만큼 그의 행동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측과 '국가에 대한 무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여론의 반응이다. 로이터 통신의 최근 조사를 보면 캐퍼닉에 대한 비난이 월등히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풋볼에서 퇴출시켜라'는 등의 자극적 주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의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문제 의식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미국에서의 '인종차별' 행위는 무관용의 처벌 대상이다. 1964년 제정된 강력한 민권법(Civil Rights Act) 때문이다. 공공장소는 물론 취업과 교육 등에서 피부색이나 출신국으로 인한 차별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정부기관이나 민간 예외없이 적용된다. 당연히 일반인의 인종차별 발언이나 행동도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만큼 미국사회에서 '인종'이라는 낱말의 민감성은 크다. 다인종 국가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권법 시행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잔재는 아직 남아있다. 여전히 인종 차별과 비하의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지고 있다. 과거엔 주로 흑인들이 피해자였다면 요즘은 아시안 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법적, 제도적 청산은 이뤘지만 밑바닥 의식까지 바뀌진 않은 모양이다. '캐퍼닉 사태'가 불거진 것도 이런 상황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차별의 이중적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수계가 다른 소수계를 차별하는 문제다. 흑인 고객이 한인업주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어깃장을 부리거나, 한인들이 일부 타민족을 낮춰보는 것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소수계라고 무조건 피해자의 입장만 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가해자도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피부색이나 생김새로만 평가하는 것도, 한 두 가지 사례를 전체처럼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도 위험한 일이다.

캐퍼닉이 무릎을 꿇은 데는 이런 메시지도 담겨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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