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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나바호 부모와 기독교 교육

[LA중앙일보] 발행 2016/09/20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6/09/19 19:24

장열 / 사회부 차장·종교담당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에 고전을 거듭했다. 암호로 전달되는 교신내용을 번번이 해독당했기 때문이다.

미군은 고심 끝에 나바호 원주민으로 구성된 특수 부대를 창설(1942년)한다. 나바호 언어는 북미 대륙 밖에서 사용된 적이 없기에 군사 암호로 운용하는데 적합해서다. 오직 구전으로만 이어진 나바호 언어는 특별하다. 높낮이에 따라 의미가 변하고 구조가 복잡해 단기간 습득이 어렵다.

지난 2011년 뉴멕시코주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아가 그들의 삶과 언어를 심층 취재한 적이 있다. '언어'는 곧 나바호족의 정체성이자 본질이다.

당시 취재를 도왔던 나바호 원주민은 기자에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수첩에 글자로 적지 말아달라. 생각 없이, 의미 없이하는 말에는 힘이 없다. 우리가 나누는 언어는 곧 자연과의 교감이다. 가슴으로 느껴달라"고 했다. 나바호족은 자연에 인격성이 부여되어 있다고 믿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물 흐르는 소리, 흙이 날리는 모습 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게 나바호 언어다.

물론 그들이 터전 삼은 자연은 풍요롭지 않다. 황량한 벌판, 붉은 바위산 등 척박함 속에서 생성된 소리를 특유의 언어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게 외부에서 온 기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날 나바호 원주민은 그들의 언어를 고민한다. 젊은 세대가 영어만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지고 있어서다. 서서히 문명에 젖어들면서 나바호 언어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나바호족 부모는 자연의 소리를 통해 자녀와 직접 교감을 나누는 데 힘쓴다. 물론 쉽지 않지만 나바호 기성세대에게 언어의 계승은 정체성을 보전하는 일이자 의무다. 그 역할은 타종족이나 정부도 대신할 수 없다. 나바호 언어는 오직 그들을 통해서만 계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나바호족은 기자가 자연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가슴으로 이해하길 원했다. 자신들이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방식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셈이다.

최근 한국 최대 교단 중 하나인 예장통합이 발표한 통계를 바탕으로 개신교의 주일학교 어린이 숫자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본지 8월30일자 A-23면> 여론은 이 문제를 오늘날 교회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본래 기독교의 본질과 정체성 계승은 교회가 아닌 부모가 직접 나서야 할 일이다. 주일학교는 보조 역할일 뿐이다. 부모만큼 의무감을 갖고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 또는 단체는 없다.

가치를 보존하고 정체성을 계승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종족의 언어를 다음 세대에게 교육하고자 고민하고 애쓰는 나바호 부모들의 노력이 문득 떠올랐던 이유다.

기독교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는가. 그 사이 아이들은 기독교의 가치를 잃어간다. 신앙 교육을 '주일학교'를 통해 교회에만 의존하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기독교 교육은 교회가 아닌 가정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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