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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리는 무엇을 붙들고 사나?

김정국 골롬바노 신부/ 성 크리스토퍼 성당

우리는 '시간'을 그저 순간의 계속적인 연속 정도로만 생각한다.

시간의 단위로 잴 수 있다고 믿는 초, 분, 시간, 주간, 달, 년, 계절, 세기 등 숫자로 표현하는 것에 길들어 있다.

1년을 초로 환산하면 3153만6000초다. 또 천문학에서 1광년, 즉 빛이 일 년 동안 달려가는 거리는 약 6조 2억 마일인데 어떤 성운이 몇십만, 몇백만 광년 떨어져 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일상의 대화 중에 '내가 이 일을 수십 년 동안 해오면서'라는 단서를 달아 시간의 무게를 덧붙여 무엇을 내세우기도 하며,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시간에 관련된 말을 쓰며 살고 있다.

과연 우리 삶에서 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대수명이 늘어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길어야 100년을 살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에 대해 탐구하던 중 "시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렇게 답한다. "누가 내게 이 질문을 던질 때 나는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하려 하니 내가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백록 제11권).

그는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서 시간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래에 있을 것은 그 자체로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일 뿐이고 과거는 지나가서 더 이상 현재에 없는 것이라 우리가 현존하여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라고 한다. 현재를 놓치고는 미래도 과거도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뜻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억은 내 삶의 추억을 기억에 담아 현재와 연결 짓게 하고, 내가 현재 바라는 희망은 미래를 향해 나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적 기억들을 더듬어 추억할 때, 시간이 훨씬 천천히 흘러갔던 것처럼 느낀다. 깨끗한 백지와도 같던 어린 마음에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것이므로 기억에 깊이 남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어지는 것들을 더 강렬한 자극으로 경험하게 되므로 기억 세포에 훨씬 촘촘하게 기억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자신이 어릴 때 겪은 일에 놀랄 정도로 세부적인 것까지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때로 놀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또 한결같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 생기는 기억의 양이 어린 시절에 쌓이는 기억의 양에 비해 월등히 적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1년의 시간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리면 점점 기억에 남길 일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물론 세월이 흘러가는 것과 그에 따른 자연적 노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은 물리적으로 똑같은 조각을 모아 놓은 총량으로 이해되는 그런 시간만이 아니다. 그 점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내 삶을 관통하는 참 의미를 찾는 과제를 더 잘 붙들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더 강하게 떠오르는 이유이다.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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