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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힐러리·트럼프 주연의 '대선 드라마'

[LA중앙일보] 발행 2016/09/2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09/27 23:05

한국어로 '저녁 무렵 거뭇거뭇 자란 수염' 정도로 번역되는 영어 표현이 있다. '5시의 섀도(five o'clock shadow)'다. 아침에 면도를 해도 오후5시가 되면 수염이 자라 말끔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종종 남자들의 꾀죄죄한 모습이나 지친 상태를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1960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열렸다. TV정치 시대의 개막이었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부통령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맞붙었다. CBS방송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TV토론회에 참석한 닉슨 후보는 옷차림에 관심이 없었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정치 경력이 많았던 닉슨의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닉슨의 정치 경력은 상대후보 케네디의 젊고 활기찬 이미지에 묻혀버렸다. 당시 매스컴이 TV에 비친 닉슨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 '5시의 섀도'다. 닉슨은 비교적 토론을 유리하게 끌어 갔지만 TV화면에 그의 정견은 보이지 않았고 열정 가득한 케네디의 모습만 부각됐다. 실제로 라디오로 토론을 들었던 청취자들은 닉슨이 더 잘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첫번 TV토론에서 쓴맛을 본 닉슨은 결국 1968년과 1972년 대통령 선거의 TV토론회를 거부했다.

대통령 TV토론회는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알리려는 목적으로 열린다. 실시 초기에는 큰 인기를 얻었다. 닉슨과 케네디의 토론은 6600만 명이 시청했다. 당시 인구가 1억80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다. 이후 토론회는 레이건과 카터가 나섰던 1980년의 8069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 2000년대에는 4600만~6700만 명으로 떨어졌다.

지난 26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1차 TV토론회가 열렸다. 강력한 '개성'의 힐러리.트럼프가 주연한 '대선 드라마'에 미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조사대상 11개 TV채널을 통해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가 8140만 명으로 60년 TV토론회 역사상 가장 많은 수다. 11개 채널에 포함되지 않은 방송, 유튜브,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다. 지난 2012년 오바마와 롬니의 1차 토론회 4600만 명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힐러리-트럼프의 토론이 이처럼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일단은 지지자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역대 선거에서 유례가 드물게 '악명'을 떨치고 있는 두 후보가 맞붙는 상황에 대한 궁금증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물론 후보들의 정치철학이나 정책비전을 보려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토론이 격해졌을 때 두 후보의 기질과 성격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가도 관심사였다.

3차 토론회 중 1차가 끝났다. 성적표는 힐러리 클린턴의 '판정승'이다. CNN과 ORC의 공동여론조사에서 62%의 응답자가 힐러리의 손을 들었고 트럼프가 이겼다는 답은 27%에 불과했다. 또한 '트럼프가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라는 설문에 5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번의 승리로 성급하게 백악관 입성을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NBC가 1000명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34%가 'TV토론이 중요하다'고 답해 토론회가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은 분명하다. 부동층 대상의 조사에서도 토론회를 보고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2차 토론회는 10월9일 세인트 루이스에서, 3차는 1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TV토론회가 '5시의 섀도'처럼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두 후보간의 공방을 통해 정책을 비교,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임은 분명하다. 개성 강한 남녀 주인공에 몰입하면 '대선 드라마'의 큰 흐름을 놓칠 수가 있다.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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