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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장로님들 참 잘 하셨습니다'

이종호/OC본부장

요즘은 나성영락교회가 그다지 덕스럽지 못한 내용으로 신문에 오르내리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웃을 향한 많은 나눔 실천으로 한인들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던 교회였다. 그 중의 하나가 힘겹게 사역하고 있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을 챙기는 일이었다.

어떤 이민 민족보다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한인사회지만 일부 대형교회를 빼고는 대다수 작은 교회들은 심한 재정적, 환경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교회 목회자와 가족들은 제대로 휴가 한 번 못가고, 따뜻한 외식 한 번 하기도 힘들다. 그 처지를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자는 것이 사역의 취지였다.

이민목회자 가족수련회라는 이름의 행사를 취재한 적이 있다. 50여 가정이 참여했는데 다들 눈물겹게 좋아하고 고마워했다. 특히 목회자 자녀들이 더 그랬다. 아이답지 않게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그들이었지만 그때만큼은 마음껏 동심으로 돌아가던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목사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겐 신문 한 부 보는 것이 꽤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물론 인터넷으로 본다고들 했지만 그것으로 제대로 된 신문읽기가 될까 싶어 더 안타까웠다. 기껏해야 자극적 제목의 낚시 글, 아니면 내가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 읽게 되는 인터넷 구독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상엔 수많은 사건, 사고, 문제들이 날마다 생겨난다. 그중 우리가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들을 애써 찾아내고 나누고자 하는 것이 신문이다(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다수 신문 종사자들은 그런 사명감으로 신문을 만든다). 신문을 본다는 것은 그런 창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쉽게 흘려버리기 쉬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할 것들을 보는 것이다. 이웃과 더불어, 세상과 더불어 살기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종이 신문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일전에 어떤 목사님에게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다. 스위스의 유명한 신학자 칼 바르트의 말을 인용한 목사님의 대답이 잊히지 않는다. "한 손엔 성경, 한 손엔 신문입니다." 많은 책을 읽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는 것은 성경과 신문이라는 말이었다. 그 목사님이 그렇게 존경받고 설교 잘한다는 평판을 듣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요즘 오렌지카운티 한인장로협의회가 미자립교회 신문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문 한 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교회에 신문을 보내줌으로써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작은 보탬이 되려합니다." 이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장로님들 평소에도 좋은 일 많이 한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이번 일만큼은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이 캠페인은 '독거노인의 친구가 되어 주세요'라는 한인 커뮤니티 사랑의 신문 보내기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1년치 신문 구독료는 200달러다. 하지만 실질 가치는 수천 달러가 넘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겐 신문이 그저 처치 곤란한 종이뭉치일 뿐이겠지만 정독해 읽는 사람에겐 날마다 책 한 권 읽는 것 이상의 효용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200달러로 나눌 수 있는 사랑과 보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또 있을까.

크리스천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열심히 성경만 읽는다고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 어디가 어둠이고 소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신문은 그것을 가르쳐 주는 내비게이션이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더 많은 목회자들이, 나아가 더 많은 크리스천들이 신문을 가까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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