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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하늘이 무너진다

[LA중앙일보] 발행 2007/04/20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04/19 18:31

한동신 문화기획사 대표

와뚜뚜뚜뚜뚜…… 하늘이 무너 진다. 별들이 쏟아 진다. 눈 앞이 깜깜하다.

왠일이었을까. 16일 뉴스에서 범인은 아시안이라고 스쳐 지나듯 들었을 때 직감적으로 우리 아이의 짓이라는 섬뜩한 예감은. 예사롭지 않게 쏟아지는 빗줄기도 불길했거니와 동물적인 본능은 아마도 에미만이 알고 있는 내 자식에 대한 불안이었으리라. 그리고 우리 아이가 그렇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천지가 뒤집어 질 그 무서운 살인마가 내 아이란다. 머리카락을 쥐 뜯으며 목놓아 울어도 미국 역사상 최대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내 아이란다. 내 아들은 세상을 이렇게 흔들고 떠났다.

이 사건은 빨간 불이 켜지고 뉴스가 끝나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조용한 버지니아의 한 마을에서 내 아이가 총을 휘둘러 무고한 생명도 죽이고 너를 죽였구나.

허탈하다기 보다는 목놓아 울고 싶다. 조승희라는 청년은 이민사회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자멸한 뼈아픈 현장이다. 부모에게 이끌려 이민 온 한 소년이 겪어야 했던 문화의 이질감 생업에 시달리는 부모에게 "너무 외롭다!" "외로워 미칠 것 같다!"고 악 한번 지를 시간도 없는 우리 아이들 그 애들이 너무 가여워 터져 나오는 통곡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하버드 대학교 좋아하다 멍든다. 하버드의 영문철자도 모르면서 입만 열면 "내 아이는 하바도 하바도"하는 기도하다가 아이가 '하바도'에 못가자 머리 싸매고 "하나님이 없다"며 교회 안가는 그대 "한국인 한 명이라도 있는 학교는 안돼!"를 외치며 백인동네 고집하는 당신 세상에 직업이라고는 닥터 변호사밖에 모르는 그저 감투라면 독물이라도 마시려고 혈안이 된 그대들 모두 천벌받는다. 아이들 데리고 장난치는 그대들 정말 정말 맑은 하늘에서 날벼락 떨어진다.

21세기가 나랑 무슨 상관이 있냐구? 그래서 아직도 혼수놓고 애들 사랑 찢는 그대 돈있는 집에 시집 보낼 작정으로 멀쩡하게 생긴 아이 뜯어 고치는 그대 장원급제한 아들 팔아 팔자 고치려 드는 그대 내 장담컨대 천벌받는다. 그래서 지금 우리 모두는 대낮에 두 눈 멀쩡히 뜨고 이런 청천벽력을 목격하고 있다. 소주 한잔 걸치면 구구단을 외우듯 쌍욕을 내뱉으며 "법만 없으면 총으로 다 쏴 죽이고 싶은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아버지 울분으로 가득찬 앙칼진 음성으로 "돈으로 안되는 게 뭐가 있니?"만 외치는 어머니를 보면 우리 아이들은 소리죽여 울고 있다.

우리를 향한 냉대와 날아오는 침을 말없이 감수할 시간이다. 죄인 아들을 둔 부모가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무고한 생명을 졸지에 잃은 가족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에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거니와 우리가 가난한 타민족에게 오만하고 방자하게 굴었듯이 세상은 우리를 죄인취급을 하리라.

이번 만큼은 조용히 감내하자. 내 아이가 몇 명을 죽인 흉악범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가르쳐 주지 못한 무모한 부모였음을 고백하자. 우리 각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음성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가르치자. 누구에게나 큰 소리로 "코리안"이라고 말하라고. 남의 땅이라고만 여겼던 이 땅이 바로 내가 사는 터전이며 "코리안"으로만 알았던 우리의 이름은 "한국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때까지 기다리자.

부모인 우리가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우리는 할 수있다. 바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을 찾는' 의지의 한국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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