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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1% 확률'의 빅원 공포

어제(4일)는 남가주 일대에 내려졌던 지진 주의보의 마지막 시한(時限)이었다.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 경보였지만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가장 지진 발생 위험이 높았던 3일과 4일, 내진 설계가 미비한 샌버나디노 시청을 임시폐쇄하고 업무를 중단한 정도였다. 지진 주의보를 기억하는 주민도 거의 없었고, 무사히 지나갔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지난 26일 샌디에이고 북동쪽 솔튼 호수의 봄베이 비치를 진원으로 하는 규모 1.4~4.3 지진이 200여 차례 발생했다. 짧은 시간에 크고 작은 지진의 연쇄 발생은 매우 이례적이다. 1932년 솔튼 호수 지역에 지진 측정계가 설치된 이후 2001년, 2009년에 이어 세번째다.

봄베이 비치는 남가주를 관통하는 약 800마일의 샌안드레아스 단층 최남단에 위치해 지진발생 위험이 높은 곳이다. 이 단층에서는 약 250년의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했지만 지난 1680년 이후 지진이 기록되지 않았다.

연방지질조사국(USGS)은 연쇄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인 27일을 기점으로 향후 7일간 샌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3000분의 1에서 최고 100분의 1로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는 평균적으로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인 6000분의 1보다 훨씬 높다. USGS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최소 1800여명이 사망하고 5만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피해액도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진의 위험이 영구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4일을 넘기면서 최소한 발생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사실 7.0 지진이 최대 100분의 1, 즉 1%의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면 이는 공황수준의 공포를 가져올 상황이다. 하지만 지진 주의보는 일과성의 우려로 끝났고 더 이상의 공포는 없었다.

지난달 12일에는 한국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1의 지진에 이어 5.8의 본진이 경주 지역을 흔들었다. 1978년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최강의 지진이다. 지진 대비가 전무하고 발생시 적절한 대처요령도 몰랐던 주민들은 극한의 공포를 경험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발생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뒤늦게 발송했고 비상경보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항상 그렇듯이 주민들은 정부당국의 지진 대응방식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들끓던 여론도 이내 수그러들었다.

지진은 분명 실재하지만 지진이 주는 공포의 속성은 막연하다. 지진은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할지 아무도 몰라 공포의 현실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지진 발생시기와 확률,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했지만 정확하게 지진의 발생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기는 불가능하다. 지진의 공포가 희석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작가 헤밍웨이는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가상의 공포를 구분하는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첫 단계'라고 했다. 지진은 분명 실재하는 공포다. 남가주의 땅을 딛고 사는 한 숙명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공포다. 지진 발생은 예측도 거의 불가능하고 일단 발생하면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이다.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산없이 외출했다가 1%의 확률로 비를 만날 수도 있다. 1%는 그다지 희박한 확률은 아니다. 우산없이 비를 만나면 옷이 젖는 것으로 그치지만 지진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가상의 공포에는 근거없는 두려움만 커지지만 실재하는 공포에는 항상 대비책이 있기 마련이다.


김완신/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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