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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헤밍웨이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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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7/04/2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7/04/20 18:31

장칠봉 수의사

지중해 서쪽 끝 지부랄탈 해협에 인접한 스페인의 말라가는 아름답고 온화한 기후를 갖고 있는 해변 휴양도시다. 그 곳 등대가 홀로 서있는 방파제 양지 바른 쪽엔 수많은 고양이들이 여유롭게 모여 있다. 동물보호자들이 먹이를 항상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건강도 돌봐줘 고양이들은 천국인 양 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날 기색도 없고 도리어 앙탈스럽게 접근해온다.

반면 지부랄탈 해협에서 불과 20여 마일 남쪽에 있는 모로코의 해변가 고속도로 상에는 수많은 개들이 떼지어 몰려 다니고 있다. 이들은 교통사고를 자주 발생시킬 뿐 아니라 광견병도 전파한다.

몇년 전 좀 의아한 느낌이 드는 기사를 한국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고양이 숫자가 크게 늘어나 자동차 운행에 지장은 물론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크다는 내용이다. 어느 동물연구소 소장이란 분이 "고양이의 천적인 삵괭이가 충분하지 못해 고양이 제거에 어려움이 많다"는 코멘트도 곁들였다.

동물의 세계에 '천적'이 존재할까. 천적을 사전에서는 '어떤 생물에 대해 (영원히) 해로움을 끼치는 생물이다'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동물학 교과서에는 천적이란 용어가 없다. 사람사이에는 천적이 있을 수 있으나 동물의 세계에서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먹이가 충분하면 영원한 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개는 고양이의 천적이고 고양이는 쥐의 천적인 양 이야기 하곤 한다. 이 말은 잘못이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고양이와 개는 서로 싸우지도 않고 다정하게 같이 자고 지낸다. 지부랄탈 해협의 고양이와 개를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집 고양이도 햄스터(쥐)를 보고도 멀뚱 멀뚱 쳐다볼 뿐 쌍심지를 돋우면서 괴롭히지 않는다.

삵괭이를 번식시켜 고양이를 잡게 할 수는 없다. 삵괭이는 고양이의 천적이 아니다. 삵괭이가 생존하기 위해 택한 먹이 그룹에 고양이가 포함돼 있을 뿐이다. 고양이를 사냥할 수 없게 되면 삵괭이는 닭이나 오리같은 가축은 물론 어린아이 조차 해치게 된다.

고양이나 개는 인간이 야생을 가축화 시킨 것이다. 이들을 가축화한 인간은 이들 동물의 번식을 조절하고 생존을 보호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야생동물은 먹이사슬에 의해 동물의 수가 적당선에서 조절되고 있다.

야생동물이 아닌 가축은 인간이 조절해 주지 않으면 무한정으로 번식한다. 한마리의 암컷 고양이는 3년후가 되면 새끼가 새끼를 낳아 무려 90여 마리의 대가족을 거느리게 된다.

이들 가축동물에겐 수술로서 과다 번식을 막아 주는 것이 가장 건전한 방법이다. 자궁제거수술(spay) 또는 고환제거수술(neuter)을 하면 번식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부병이나 유방암 같은 질병도 일부 예방해 주는 잇점도 많다. 이런 수술이 일부가 주장하듯 동물학대 행위가 결코 아니다. 미국의 최남단 풀로리다주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 기념관이 있다. '노인과 바다'를 저술한 헤밍웨이가 한 때 살던 집이다. 그 기념관엔 헤밍웨이가 키우던 고양이의 후손 50여 마리가 주치 수의사의 보살핌으로 항상 그 수 만큼 자손대대 살고 있다.

일반 방문객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이들 고양이는 자유롭게 살며 헤밍웨이의 안방 침대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인간의 보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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