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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욘세 공연에서 느낀 '한국계 정체성'

조 원 희 / 디지털부 기자

얼마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R&B 가수 비욘세 콘서트를 관람했다. 다저스타디움은 완전히 꽉 찼고 일대의 교통은 마비됐다. 1마일을 차로 이동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릴 정도였다. '팝계의 여왕' 비욘세의 위력이 새삼 느껴졌다.

비욘세의 공연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그녀의 노래와 춤은 물론 중간의 표정연기까지 너무나도 완벽했다. 같이 간 친구 레이첼은 "너무 완벽해서 인간이 아닌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비욘세의 이번 콘서트는 의미가 깊었다. 그녀가 최근 발매한 음반 '레모네이드'가 엄청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월드스타 비욘세의 신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레모네이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매됐다. 발매 일주일 전까지도 관계자들조차 발매날짜를 몰랐다고 한다. 전 곡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1시간 길이의 홍보영상을 만들었지만 유튜브에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방식의 홍보를 아예 거부한 셈이다.

비욘세는 이러한 '변칙적인' 음반발매에 대해서 "내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마케팅과 홍보는 나와 팬들 사이의 벽을 쌓아두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자신이 '흑인이어서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비욘세는 원래 흑인이라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가수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여성으로서 느끼는 점에 대한 노래를 많이 쓰고 불렀다. 하지만 레모네이드에서 비욘세의 메시지는 다르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앨범 전체에 걸쳐 드러냈다.

무대에서도 이런 메시지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모든 인종이 뒤섞여 있는 6만여 명의 관객을 상대로 "나는 아프로 머리카락을 가진 내 딸이 좋아. 잭슨 파이브 같은 내 코가 좋아"라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짜릿함을 주었다.

돌아오는 길 비욘세의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에 잠기게 됐다. 나는 미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소수인종으로 살아가면서 저렇게 강하게 나의 정체성을 외쳤던 적이 있었는가? 혹은 한국계 미국인이 대다수인 나의 주변 친구들 중에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이는 있었던가? 오랫동안 생각을 했지만 답은 '아니다'였다.

오히려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는 '헬조선을 탈출해야 한다'는 말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한국사회가 지옥과 비견될 정도로 힘들기 때문에 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하면 조롱을 당한다.

이민사회도 이러한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이 한국계임을 '비욘세처럼' 강렬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과 연관 짓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신은 미국인임을 강조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비욘세의 공연 오프닝은 한국인과 흑인 혼혈인 가수 앤더슨 팩이었다. 최근 R&B계에서는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스타다. 우리는 앤더슨 팩에게 강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2세들에게 무조건적인 정체성을 강요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느꼈다.

소수인종으로서 미국에서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2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욘세의 공연은 이민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나에게 일깨워 준 뜻 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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