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데스크 칼럼] 트럼프에게 고마울 뻔했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질 뻔했다. 그가 불러일으킨 세금 논란 때문이다.

그는 1995년 9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고 소득세 신고를 했으며 이후 18년간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즉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를 비난하며 세금 논란에 불을 붙였다. 트럼프는 연방소득세를 냈다고 항변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사업가로서 '똑똑한' 전략이라고 했다. 사실상 연방소득세를 안 냈다고 인정한 셈이다.

잠시나마 이번 논란이 수도 없이 지적돼 온 부자와 대기업들의 합법적인 탈세 문제를 뜯어 고치는 계기가 될 줄 알고 트럼프에게 고마워 할 뻔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트럼프 비난은 공허하게 느껴진다. 트럼프의 탈세가 불법이라고 공격하지도 못한다. 합법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만 공격할 뿐 세법을 바꾸자고 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이런 지적을 했다. 트럼프가 합법적인 탈세를 허용하는 법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클린턴 대선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세법을 개정했고 이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자 등이 막대한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클린턴 후보는 법을 만든 남편과 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가 왜 자신의 소득세 신고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가 간다. 합법적으로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았지만 선거에 도움이 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트럼프의 세금 보고 공개가 아니다. 세법이다. 하지만 트럼프도 클린턴도 세법은 문제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세법 규정이 바보 같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와 회계사들을 고용해 법을 유린하며 세금을 줄일 수 있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비록 클린턴이 부자 증세를 주장하지만 결국에는 부자들의 로비로 더 많은 세법상의 허점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트럼프가 공격해야 한다"며 "세법의 허점은 클린턴이나 트럼프 두 사람에게 유리하지만 미국 경제와 중산층에게는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는 선거운동 중 수도 없이 많은 실수를 했지만 그가 아직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국민들이 클린턴도 지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클린턴이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려면 세법을 고치겠다고 해야 한다. 국세청이 억만장자와 대기업들의 합법적인 탈세는 막지 않으면서 현금 거래로 푼돈을 숨기는 스몰비즈니스를 때려 잡고, 소득세를 원천공제 당하는 봉급쟁이들을 조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클린턴은 더 바뀔 여지가 없어 보인다. 국제무역협정과 최저임금, 대학교 학비 등 정책은 젊은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버니 샌더스 후보 때문에 바꿨다. 트럼프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앞세워 클린턴의 공약을 바꿀 생각이 없다.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으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협박'만 더 통하게 만들고 있다. '제3당 지지 또는 투표 불참은 곧 트럼프 지지'라는 주장이 지금 클린턴의 가장 큰 구호가 돼 버렸다. 물론 환경.이민.여성.인종.동성애.총기규제 등 사회적 이슈에서 진보적인 클린턴을 시대착오적인 트럼프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정책에서 유권자들이 클린턴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하는 것이 '트럼프 지지'라는 논리는 궤변이다. 트럼프에게 질린 수많은 부자 공화당원들이 이미 클린턴 지지에 나섰다. 그만큼 클린턴의 정책은 부자들의 탐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클린턴이 선거에서 진다면 그 이유는 제3당이나 침묵을 택한 유권자들 때문이 아니다. 클린턴 자신의 정치 경력과 정책이 원인을 제공했고 그런 후보를 택한 민주당원들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