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온 에어] 밥은 같이 먹어야 맛있다

최근 한국에서 이른바 '혼밥 모임'이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당당해지자는 취지로 생긴 모임인데 참가자들은 식사를 하는 동안 절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눠서는 안 되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다.

한때 한국에서 청승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혼밥'이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급속히 늘면서 1인 가구수는 500만을 넘어섰다. 1990년에 비해 5배 가까이 증가해 전체 가구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은 2020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의 1인 가구, 이른바 '나홀로족'의 수가 크게 늘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20~30대 성인남녀 1593명을 대상으로 '본인이 나홀로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2%가 본인이 '나홀로족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나홀로족'이 된 이유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어서'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혼자만의 시간이 보장돼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려고'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

나홀로 문화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6%가 '긍정적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혼밥족', '혼술족'도 늘어나고 이런 나홀로 족을 위한 공간들도 다양해졌다. '혼방'(혼자 노래방 가기)을 위한 1인 노래방과, '혼영'(혼자 영화관 가기)을 즐기는 관객들을 위해 아예 한 열을 혼자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을 위해 비워 놓는 곳도 생겨났다. TV들도 앞다퉈 나홀로 족에 주목하고 있다.

혼자 사는 스타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도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나홀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는 일은 청년들의 답대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할 수 있어서 편하고 부담없다.

특히 '혼밥'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내가 편한 시간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누구의 방해도 없이 즐길 수 있다.

나만의 '혼밥'은 이렇게 편하고 즐겁건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혼밥은 마음이 쓰인다. 10대 초반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신 아빠는 저녁 생각이 없으시다고 했다. 오랜만에 홀가분하게 단골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셨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마는 왜 혼자 식사를 하셨냐며 화를 내셨다. 엄마는 기어이 다시는 혼자 식당에 가지 않겠다는 아빠의 다짐을 받아내셨다.

그날 밤 아빠가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끝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아빠의 혼밥은 여전히 마음 아프다.

가끔 분위기 있는 혼밥 계획을 세운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 비밀스러운 혼밥은 일과 생활에 지쳐 있을 때 잠시 쉬어갈 수 있어 상상만으로도 홀가분하다. 하지만 퇴근이 기다려지고 주말을 고대하는 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 이번 주말 비밀스러운 혼밥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계획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러나 당신의 혼밥을 마음 아파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밥은 역시 같이 먹어야 맛있다.


부소현 편집디지털본부 차장 bue.sohyun@jtbc.co.kr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