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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대피하라, 대피하라, 대피하라'

[LA중앙일보] 발행 2016/10/1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10/12 00:07

대자연이나 자연의 섭리 등을 표현할 때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라는 말을 사용한다. 대지를 다산성과 풍요의 상징인 여성에 비유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대지의 신은 '가이아'라는 여신이다. 대지에 모성을 부여한 것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따뜻함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지는 항상 평화롭지만은 않아 때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재난을 주기도 한다.

지난 주 동남부 4개주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매튜가 9일 노스캐롤라이나 동쪽 해상으로 이동하면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떨어져 소멸됐다. 금세기 최악의 허리케인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됐던 매튜였지만 다행히도 예상이 빗나갔다. 2005년 카트리나에 비하면 피해가 크지 않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등에 불어닥쳤을 때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7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중 286명은 화재나 교통사고, 약탈 등의 간접 원인이 아닌 침수, 해일, 폭우 등의 허리케인에 의한 직접 원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카트리나 이전부터 제방전문가들이 미시시피 강둑의 붕괴를 예고했지만 묵살됐고 허리케인이 상륙한 후에도 대피령이 늦게 내려져 피해를 더 키웠다.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시 행정부와 루이지애나 주정부의 실책으로 도시가 폐허가 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4등급 허리케인이었던 매튜는 3등급인 카트리나보다 더 위협적이었지만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철저한 대비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등급은 1에서 5까지로 구분한다. 1등급은 열대성 저기압이 허리케인 급으로 세력을 확장한 상태로 구조물 피해는 드물지만 부분적으로 침수가 발생한다. 2등급이 되면 부실주택이 피해를 볼 수가 있고 3등급에서는 건물과 담장이 무너지거나 해안 침수가 발생한다. 매튜와 같은 4등급이 되면 벽이 무너지고 지붕이 날아가고 해안지역에서 대규모 침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5등급은 가장 강력한 단계로 대부분의 건물이 완전히 붕괴되고 육지의 저지대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미국 역사상 허리케인으로 피해가 가장 컸던 것은 1900년 9월 텍사스주 갤버스턴에 4등급이 몰아쳤을 때다. 지금은 우주항공국(NASA)과 국립허리케인센터가 기상위성과 항공기를 이용해 허리케인의 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당시는 바람이나 구름의 상태로 허리케인을 파악했을 뿐이다. 갤버스턴 주민들은 허리케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대피령에도 소극적이었다. 결국 허리케인으로 주민의 20~30%에 해당하는 최소 8000명에서 최대 1만2000명이 사망했다.

갤버스턴과 뉴올리언스 허리케인이 엄청난 재앙이었던 것에 비해 매튜는 신속한 대처가 재난을 줄였다. 매튜 경보가 발령된 즉시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어떤 이유도 대피를 막을 수 없다. 허리케인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며 강한 어조로 대피를 독려했다. USA투데이는 스콧 주지사의 말을 직접 인용해 '대피하라, 대피하라, 대피하라(evacuate)'를 기사 헤드라인으로 사용해 급박함을 전했다. 동남부 4개주에서는 최대 250만 명이 피난길에 나섰고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3500여명의 방위군을 투입해 주민의 대피를 도왔다. 재난 전문가들은 신속한 대피와 조직적인 통제가 4등급의 강력한 허리케인에도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과학과 기술에서 괄목할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마더 네이처'의 재난에는 속수무책이다. 인간에게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지 정복의 목표는 아니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에 맞서지는 못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할 수가 있다. 허리케인 매튜에서 보여준 정부와 주민의 대처방식이 재난 속에서 더욱 빛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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