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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프리즘] 재벌 아버지의 복수극

[LA중앙일보] 발행 2007/05/08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07/05/07 22:14

전현수 전문 번역가

한화그룹의 김 회장이 자기 아들이 얻어맞아 화가 나서 무슨 조폭 집단 같은 사람들과 함께 아들을 때린 그 또래의 아이들을 폭행했다. 의문시되는 것은 도대체 맞은 아들과 보복을 한 아버지의 정신연령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그 아들은 이미 성년이고 또 미국에서 명문대학에 다닐 정도이면 억울하게 맞았다 하더라도 나중에 경찰에 신고하든가 아니면 자신이 다시 싸우든가 해야지 아버지에게 ‘나 맞았어요’ 이를 것은 무언가.

아버지라는 사람도 아들이 그렇게 됐다면 속으로는 분이 끓더라도 집안 체통을 생각해 행실을 조심하라고 점잖게 나무람이 상식일 진데 부자가 같이 출동해 복수혈전을 벌린 촌극이다.

김 회장은 한국 재계 30위권의 한화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룹 직원과 그 가족, 계열회사와 하청업체 직원까지 수만 명의 사표가 되야 하는 이가 돈 많은 회장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 직원들의 창피함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공인의 입장이 되면 몸가짐이 한정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공인으로서의 명예를 얻은 반대급부인 것이다. 우리가 성직자, 교사, 대학교수 등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더라도 존경하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개인적인 처신을 통제하는 인내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고 그러한 사회적 존경이 그들의 절제된 몸가짐에 대한 대접이다.

사회적 명예라는 훈장은 지닌 돈과 비할 바가 아니다. 돈은 세상 떠날 때 가져갈 수 없으나 명예는 죽은 사람의 수명보다 길다. 김 회장은 선친이 이루어 놓은 기업은 그런대로 살렸을지 모르나 기업 이미지와 집안의 명예는 한순간에 날려버린 셈이다.

기업 이미지를 중시하는 외국 회사들이 어깨들을 동원해서 사람을 두들겨 패는 기업과 비지니스를 할 리 만무하다. 화가 난다 해서 지금까지 이뤄놓은 명예를 한순간에 걷어차는 김 회장의 정신연령, 그리고 아버지가 사람 때리는 것을 말리지는 못할 망정 아버지의 힘을 입어서 부자지간이 합세해서 린치하는 그 아들의 정신연령이 궁금하다. 그 방법만이 아들을 위하는 길이었고 그런 아버지의 사랑은 한없이 깊었노라고 후에 아들은 회상할 것인가.

필자를 포함해서 김 회장만큼 많은 돈을 가지지 못한 아버지들은 돈이 없어도 그렇게 못된 아비가 되진 않았다는 것에, 기업의 회장을 아버지로 가지지 못한 대부분의 젊은이는 그렇게 못된 아들이 아닌 것에 이제 자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기업가가 다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기업 회장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것처럼 행세할 수 있는 한국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한국은 처음부터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으로 일어선 나라이기 때문에 재벌기업이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래서 더욱 기업의 도덕성이 중요하다. 또 재벌기업들은 정부의 뒷받침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 활발해야 한다.

빌 게이츠는 왠만한 국가의 예산보다 많은 기금으로 자선단체를 설립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자선단체를 설립할 수도 있었으나 빌 게이츠가 출원한 기금에다 본인의 기금을 보탰다. 자기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쥐꼬리만한 자선기금을 내면서 자기 이름을 크게 내붙이는 사람들과는 기본이 다르다. 떠나온 모국엔 이렇듯 멋진 기업가가 언제 나타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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