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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베를리오즈의 우울증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일생을 통해 주기적으로 경험한 우울증의 고통을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내가 받는 고통은 도저히 글로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내 심장을 뿌리채부터 뽑아 버리고 싶은 원망 텅 비어 있는 우주 한 가운데 나만 홀로 존재한 듯 한 외로움과 두려움 혈관에 흐르는 피가 모두 얼어붙은 것 같은 전율 그러면서도 목숨을 부지하는데에 대한 혐오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무력한 상태라고나 할까. 셰익스피어 같은 문호조차 이같이 심한 아픔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으리라. 다만 연극 '햄릿'을 통해 우울에서 오는 고통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 중에서 가장 혹독한 것'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우울증이 마치 발작과도 같이 나를 무서운 힘으로 누른다. 나는 이로 인해 땅에 깔려 극심한 고통으로 신음한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한줌의 풀과 무고한 들꽃을 쥐어뜯으며 허무감과 죽음과도 같은 외로움 속에 짓눌러 버둥거린다. 이 발작은 반복될 때마다 더욱 심해질 뿐이다."

우울증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 것은 나를 조롱하듯 활력을 주어 흥분시키는 사악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또 하나는 음울한 가운데 전적으로 무력해져 단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잠에 빠져들어 매사를 잊고 싶을 뿐이다. 이 상태에 빠지면 모든 것은 그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온 세상이 내 눈앞에서 곧 망한다 해도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 움직일 수도 없다.



조울증은 원기가 왕성하며 두뇌 회전이 빠르고 과대 망상에 빠지기 쉬운 '조증형' 심한 우울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울형' 그리고 가끔은 이 두 가지 요소가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으로 분류된다.

베를리오즈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경험한 것 같은데 위에서 기술한 그의 두 번째 경험이 '우울형'이라면 첫 번째 기술된 부분은 우울형과 조증형이 함께 섞여 나타나는 '혼합형'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 들어가면 그는 조증을 이용 우울증을 극복해 보려고 창작에 몰입했던 것 같다.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고통 이 둘은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나는 그들을 견디어 내기 어려웠다. 특히 아름다운 여름 날 공원에 넓은 터에 홀로 있을 때는. 그 때 나는 마음 속에 격렬하게 확산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광활한 지평선과 떠오르는 태양을 눈앞에 그리면서도 한편 너무 고통스러워 내 자신을 움켜쥐지 않는다면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에 굴러야 했을 것이다. 이 강렬한 감정의 증폭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수단은 음악뿐이었다."

베를리오즈에게서 조증은 사회 통념을 깨뜨리는 과장과 과대망상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1858년 그는 당시 오케스트라가 보통 6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도 현악기를 보강해 119명이 이상적인 구조라고 주장했다. 또 한 때는 120명의 바이올린 12명의 바순 13명의 하프로 도합 467명에다가 300명의 합창단까지 딸린 오케스트라를 구상한 적도 있었다.

말년에 그는 외아들을 열병으로 잃어 심한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조울증이 점차 심해 가면서 격랑같이 반복되는 감정의 기복을 줄이기 위해 아편을 계속사용하다가 1869년 파리에서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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