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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민주주의를 믿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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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6/10/18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10/17 19:21

안유회 / 논설위원

현재 대선 상황은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13일 사이 실시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7% 트럼프가 43%의 지지율을 보였다. 4%포인트 격차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 48% 트럼프 37%가 나왔다. 11%포인트 차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분명한 사실이 있다. 클린턴의 우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이것을 클린턴 우세의 고착화나 승세를 굳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음란한 녹음파일 파문부터 잇단 성추행 의혹까지 트럼프를 둘러싼 무수한 악재를 감안하면 4%포인트 차이가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11%의 격차마저 큰 것인가 하는 의문도 나올 법하다.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반영하거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않는다는 전제까지 더하면 이런 주장은 나름의 빛을 발한다.

위의 여론조사는 전국 지지율 조사다. 대선은 주별로 1표만 앞서도 그 주에 할당된 대의원 표를 모두 가져가는 간접투표인 만큼 현실적으로 주별 지지율을 따져봐야 한다. 이를 계산하면 승리 가능성은 클린턴 92.7% 트럼프 7.1%로 천양지차를 보인다.

대선 때마다 나오는 이런 수치 말고 이번 대선에 새롭게 등장한 여론조사 항목이 있다.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통분모나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묻는 질문들이다.

퓨리서치센터는 경쟁 후보의 구상이나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사실에는 합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클린턴 지지자는 80%가 트럼프 지지자는 81%가 기본적인 사실에 합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결과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경쟁과 상관없이 양측이 공유하는 현실적 토대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은 사실로 인정하는 기본적인 토대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은 한쪽엔 '고의성이 없는 실수'지만 다른 쪽에는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결탁'으로 '감옥에 보내야 하는' 중대범죄다. 클린턴 재단은 한쪽에선 공직을 이용한 부패의 온상이지만 다른 쪽에겐 근거 없는 주장이다.

트럼프의 성추행 의혹은 지지자들에게는 거짓말이지만 반대편에게는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가를 드러내는 추악함이다. 트럼프가 18년 동안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은 누구에겐 절세지만 누구에겐 탈세다.

시간이 흐를수록 양측의 단절선이 더욱 깊어가는 양상 속에 대선 결과 승복마저 여론조사 대상이 됐다. 최근 서베이몽키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패해도 합법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었다. '승복하겠다'는 대답은 31%에 그쳤다.

이번 대선은 결과도 결과지만 그 후유증과 수습책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예전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을 여론조사 질문으로 던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 지지자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되면 클린턴 지지자를 포용할 수 있을까? 아니 트럼프 지지자는 클린턴 대통령을 사실로 인정할까? 클린턴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로 받아들일까? 사실도 공유하기 어렵다면 합의를 바탕으로 구상과 정책을 추진할 수는 있을까?

이런 모든 우려는 불과 21일 뒤에 나올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여론조사는 민주주의 제도를 믿느냐는 질문도 던진다. 52%는 신뢰한다고 대답했다. 46%는 신뢰를 잃었다고 응답했다. 요즘 상황에 이 정도면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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