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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485]홍어

홍어

-임창현
아침 출근 길 아스팔트 위 가슴만한 홍어 한 마리
산채로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새벽 밤 낚시꾼이 버렸음에 틀림없다.
미국내기들은 홍어와 오징어는 못 먹는 것으로 친다.
불쑥 어머니 소리 들렸다.


장흥이 고향인 어머니.


-홍어는 좀 가야 맛있는 거여, 호 해야


차를 비켜 세웠다 갈리고 싶지 않았다
홍어가 팔딱팔딱 뒤척일 때
어머니도 뛰었다.
계셨더라면 얼른 집어 가잤을,
그러나 마음 곱잖은 어느 코쟁이
독주사라도 찌르고 버렸다면
복쟁이 알 먹고 피 토하던
재구 할배 모양 될지도 몰라
정말 홍어 먹고 약속도 없이 어머니 만나면
혼날지 몰라 그냥 스쳤다
백밀러 속에서 홍어는 뛰고
그리운 어머니 추억은 뛰고


-홍어는 약간 가서 호 해야 제맛인 게여


뒷머리 붙드는 어머니 소리
홍어보다 어머니 냄새 종일 길었다.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홍어는 거기 그 자리에서
오징어처럼 납작해져 갔고 까마귀와
이름 모를 새들만 번갈아 쪼고 있었다.
사흘이 지나니 홍어 바람에 종잇장처럼 날리고
문신만 아스팔트 위 아련히 남았다.


홍어는 어머니와 아들 두 사람의 연민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다. 그러니까 홍어는 어머니의 취미를 회고적으로 드러내는 알레고리다. 화자는 작품의 끝 연에서 -나도 어머니를 홍어처럼 이 땅에 버리고 있는가- 라는 아픈 침묵을 거느린다. 올해는 어머니 날 홍어회 한 접시 싸가지고 어머니 만나러 가야 할까 보다. 사랑의 힘은 참 오래,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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