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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정과 직장, 갈림길에 선 여성들

수잔 정/소아정신과 전문의

몇십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여성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두가지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마미 트랙(mommy track)'과 '직장 트랙(career track)'이다. 여성이 동시에 두 가지 길을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여성들을 초청해 직업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행사를 가졌다. 현재 1.24명까지 떨어진 출산율을 높이려면 젊은 여성들이 직장을 잃을 염려없이 결혼과 출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세계 34개국의 한인여성 200여명과 한국내 여성 지도자 350여명은 사흘간 일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다. 각자의 전문 분야(문화, 교육, 경제, 과학 및 의술)와 관련해 정부에 한 가지씩 새로운 법을 건의하는 형식이었다.

10명씩 그룹을 지어 일단은 각국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가정과 직장의 양립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40대 초반의 한인여성 엔지니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임신부가 직장에서 받는 대우가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한국에 와서 2~3년간 석사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임신부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직장에서 쩔쩔매더군요. 중국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습니다. 만일 직장 상사나 고용주가 싫은 태도를 보였다가는 그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해요. 그리고 여성이 일을 하는 경우에는 가족들 식사의 75%를 외식으로 해결합니다.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니까요."

그녀에게는 아들이 한명 있는데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았지만 엄마가 서울에 와서 공부하는 동안에는 아버지가 아이를 보며 전적으로 집안 일을 한다고 했다. 사진 작가인 아이의 아빠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며 부자간의 관계도 아주 좋다고 한다.

호주로 이민 간 중년의 한 여의사는 수년간 시부모의 치매를 간호했다고 한다. 그후 본업인 산부인과 의사로 되돌아가고 싶지만 그간 손을 놓았던 임상시술 문제, 다시 치러야 할 여러 자격 시험들에 대한 공포로 엄두를 못낸다고 했다.

뉴질랜드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패기에 찬 젊은 여성 교육자는 너무나 양심적인 뉴질랜드 국민들이 원주민이었던 마오리족의 사회보장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바람에 세금이 많이 올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의 경우 비싼 생활비와 높은 세금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직장과 가정의 양립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간호사로 취업해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현지 아랍인과 결혼해 병원 경영을 맡아 하는 여성은 친척들과 하인들의 도움을 받지만 아이들의 교육은 자신이 책임진다고 했다.

한편 전북 전주에서 '새로 일나가기 센터'를 운영하는 한 젊은 공무원은 훌륭한 의견을 내놓았다.

"전주 근처에 사는 전문가 168명이 모여서 각자의 분야에 대해서 얘기한 후 분야별로 젊은 여성들의 멘토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들의 역할은 젊은 여성들이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후 직장으로 가는 경우 회사에서 재훈련을 시키거나, 인턴으로 교육하는 동안 그 과정을 도와주게 됩니다. 가끔 구청이나 도청 직원들과도 연락을 해서 신입사원들이 잘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여러 건설적인 의견이 많이 나왔다. 우리 그룹에서는 출산 또는 육아 후에 돌아온 여성에게 재훈련을 제공하는 '친가정적인' 회사에게는 세금감면 등의 특혜를 주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 건의했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부당한 차별없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춘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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