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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와 저널리즘

[LA중앙일보] 발행 2016/10/2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10/21 21:47

장열/사회부 차장·종교담당

언론은 다양한 기능을 수반하지만, 본연의 역할 또는 핵심기능을 꼽으라면 비판·견제·감시다. 가장 기본적인 이 3가지 요소가 작동하지 않는 언론은 정체성을 잃는다.

언론은 사회 전반을 다룬다. 그 중 성역의 속성을 가진 종교는 유독 언론과 상충할 때가 많다. 신념이 팩트보다 먼저 작동하는 게 종교 아닌가. 종교계 내부의 언론 기능은 변질된 지 오래다. 이는 종교인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저널리즘'의 의미 자체가 매우 심각하게 왜곡된 상태라 그렇다.

특히 미주 지역의 경우 한인사회는 기독교와 밀접하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민사회는 교회와 함께 생활권이 형성됐고, 이제는 교계 내에서도 기독교 관련 언론 및 방송국이 다수 운영되고 있다.

그 울타리(교계) 안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언론에 대한 인식은 울타리 밖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언론의 정의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교계 언론은 상당수 영세하다. 대부분의 광고 수입이 기독교라는 영역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일부 언론은 교계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는 기사나 행사 위주의 보도밖에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사이 교계에서는 언론을 '홍보지' '기관지'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뿌리내렸다. 자본으로 기사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예로 교인 독자들은 신문에 '우리 교회 소식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고 좋아하겠지만, 잘 살펴보면 현장의 목소리가 아닌 교회가 적어준 스크립트를 단어 몇 개만 바꿔 기자의 바이라인(byline)만 달고 나가는 기사도 상당수다.

교계는 자화자찬과 함께 그런 언론사 또는 기자에게 귀한 일을 감당한다며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한 영광이며, 그런 게 신앙적 양심상 서로에게 올바른 행위인가.

어느새 그런 패러다임에 익숙해진 교계 관계자들이 울타리 밖을 나와 언론 본래의 기능으로 교계를 다룬 보도를 접할 때면 매우 당황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보도를 부정적이니, 반기독교적이니 하면서 애써 외면하는 모습도 본다. 이런 토양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종교의 영역 안에서 언론과 교회는 상생이 아닌 계약 관계로 고착됐고, 저널리즘의 변질이라는 폐해를 낳았다.

최근 한국서 기독교계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진행된 통계조사와 관련, 그 결과를 보도했다. 취재 를 하는 과정에서 교계 관계자들이 한국 주요 일간지에 보도를 요청했으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교계와 일반 언론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던 건 아닐까.

21세기는 미디어의 시대다. 과거와 달리 언론과 관련 수많은 플랫폼이 생겨났고 다양한 뉴스 콘텐트가 쏟아져 나온다. 종교계로서는 저널리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추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 언론과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함과 동시에 친밀한 관계 확립도 필요하다.

이는 '교계 언론'에 익숙해진 습성을 벗고, 저널리즘을 다시 바르게 보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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