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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동구밖 풍경

[LA중앙일보] 발행 2007/05/23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05/22 19:01

김 완신 편집국 부국장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 친구의 눈에 비친 낯선 것 중의 하나가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동네 모습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 삼삼오오 골목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생활방식이 다른 미국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컴퓨터에 빠져 있기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변화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갖고 있다. 항생제의 발명이 수많은 생명을 병마에서 구한 반면 첨단 기술이 개발한 핵무기는 오히려 인명을 대량으로 앗아갔다.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문명을 도태시킬 수도 없고 반대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해 물질만을 추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다.

USA투데이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삶을 바꾼 상품 1위에 휴대전화가 선정됐다. 신문은 생활에 영향을 준 두번째 상품으로 노트북PC를 세번째로 '블랙베리' 단말기를 꼽았다.

조사 대상을 '발명품(Inventions)'으로 한정해 이들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삶을 변화시키는(Life changing)' 발명품들이 모두 하이텍 제품이라는 것이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기술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여파는 남녀노소와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크롤로지의 위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성인뿐 아니라 동심의 세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아이는 이제 게임기를 들고 가상의 상대와 '놀이'를 한다. 또래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놀던 아이들의 손은 마우스 위에 얹혀 있다. 푸른 하늘을 담아야 할 눈동자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들어섰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최근 보도에서 인터넷과 게임기가 아이들의 전통적인 놀이인 공차기 술래잡기 등을 대신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별히 운동경기가 아닌 이상 아이들이 단체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단체놀이를 통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집단에 구성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집단놀이에서 아이들은 때로는 리더가 되어 지휘의 위치에 서기도 하고 때로는 리더의 지시에 따라 전체에 협력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컴퓨터나 게임기 앞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가상의 세계를 마주한 그들에게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적인 교류는 없고 손끝으로 조정되고 제어되는 차가운 기계만이 있을 뿐이다.

청소년을 둔 가정치고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진 아이들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부모들이 없다. '인터넷 그만하라'는 말이 현시대를 사는 부모들의 화두처럼 돼 버렸다.

일부 아이들의 경우에는 중독 증상까지 보인다. 학교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다. 심하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기도 한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개발된 기계들이 인성 형성을 저해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어린 시절 저녁밥을 짓는 집들의 굴뚝에서 하나둘 연기가 피워 오르면 동구 밖을 뛰노는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해질녘 하늘에 울려 퍼졌었다. 이제 컴퓨터는 이런 모습들을 잊혀져가는 오래전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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