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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비움과 채움

[LA중앙일보] 발행 2016/10/25 미주판 28면 기사입력 2016/10/24 19:24

서혜전 교무 / 원불교 LA교당

모처럼 도반들과 여행을 다닌 일이 있었다. 한 도반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가방 한가득 음식이며 소품들을 챙겨왔다. 며칠을 함께 여행하면서 가방 속 물건들이 줄어 들 때마다 행복해 한다. 그만큼 가방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란다.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러 쇼핑을 했다. 비워져 가벼워진 가방에는 소중한 인연들을 위한 선물들로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반은 처음만큼이나 무거워진 가방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같은 무게인데 무엇이 다른가하고 보니 비움과 채움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비움, 도반이 비운 것은 무엇인가. 가져온 물건 중에는 필요한 것들도 많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잡다한 것들도 가방의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필요로 쓰이기도 하고, 필요하지 않아 버리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면서 조금씩 비워져 가는 가운데 저절로 자리하게 되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우리 삶도 그러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필요한 언쟁과 시기와 질투와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 괴로워 할 때도 있다. 가방에서 짐을 덜어내듯 잡다한 생각들은 버리고, 비워낼 때 우리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홀가분해진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느낄 수 있는 행동으로 청소를 들 수 있겠다. 이리저리 물건들이 늘어져있는 책상이나 서랍 속을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을 불러오고 싶으면 무엇보다 사무실 책상 등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자. 정리된 공간에 자연스럽게 채워지게 되는 여유로움은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 것이다. 또한 정리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요소를 제거해주고, 마음의 여유와 실행력과 창조력을 확보해 주는 일이다. 이처럼 청소는 단지 장소만 깨끗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빛나게 만들어 준다.

채움. 도반이 채워가며 기뻐한 모습을 보면 겉모습은 다시 물건을 채워 넣으며 기뻐하고 행복해 한 것이지만, 가방의 무게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가족, 친척, 친구 등 그동안 고마웠던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을 줄 그 기쁨이 가방의 무게와 수고로움을 잊게 한 것이리라.

우리의 삶을 무엇으로 채웠을 때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감사만한 것이 없다.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을 우리는 흔히 본다. 많이 갖는 것보다 많이 감사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 자세히 보면 우리는 무한한 은혜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한 부분의 해를 받았다 하여 큰 은혜를 모르고 원망하는 것은 한 끼 밥에 체했다 하여 밥을 원수로 아는 것 같은 것이다.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자꾸 일어난다.

"삶이란 비우고 채우기의 연속 / 비우지 않고 채우니 탈이난다 비우기만 하고 채우지 않으니 탈이난다 / 비워야하고 채워야한다. / 나로 말한다면 삶의 모든 순간에 / 사람의 욕심을 비우고 / 하늘의 뜻을 채우며 / 그렇게 살고 싶다."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고민하다 만난 최정호라는 분의 글이다. '사람의 욕심'을 비우고 '하늘의 뜻'을 채우고자 한 그 마음이 아름답다. 우리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각자의 몫이다.

roof21c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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