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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밥 딜런은 작가일까

안유회 / 논설위원

"훌륭한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냈다." 지난 10월 13일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수 밥 딜런을 선정하며 한 말이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은 지난 22일 한 선정위원은 딜런을 향해 "무례하고 오만하다"고 말했다.

겨우 40일쯤 사이에 작품에는 극찬을, 작가(의 태도)에는 혹평을 했다. 역시 작품과 작가는 완전한 한몸으로 보기 어려운 것일까.

무례와 오만이라는 약간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온 이유는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선정에 다른 수상자같은 소감 한 줄 없다니. 게다가 시상식 참가 여부마저 '바람만이 아는 대답'인 상황이다. 기분 나쁠 만도 하다.



딜런의 무대응을 굳이 추정해 보자면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그는 포크 가수로 이름을 얻은 얼마 뒤인 1965년에 이미 록음악의 요소를 사용한 '구르는 돌처럼'을 발표해 배신자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후 블루스, 가스펠, 민속음악, 재즈 등을 섭렵했고 음악의 장르를 증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활동 초기부터 당대의 관습을 거부한 것이다.

그를 설명하는 또 다른 특징은 개인화다. 음악도 한 장르에 머물기보다는 장르와 장르 사이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었다. 또 회화 작품집을 6권 출간하며 예술 장르를 건너뛰었다. 민권·반전 운동의 상징 혹은 자기 세대의 대변인이라는 타이틀도 부인한 바 있다. 그런 딜런에게 딜런은 딜런일 뿐이어서 이번 노벨상 수상에 따라붙는 '문학의 영역 확대'의 첫 주인공같은 평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것같지 않다.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문학의 영역에 속했다. 딜런의 노래가사 연구서는 1000여 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벼운 책들이 아닌 '딜런의 노래가사에 나타난 죄악'같은 진지한 비평서나 학문서다. 1965년에 나온 '데솔레이션 로우(Desolation Row)'는 2006년 출간된 '옥스포드 미국시 모음'에 실렸고 '미스터 탬버린 맨'은 '노턴 문학개론'에 수록됐다. 딜런의 노래가사는 노벨상 선정 훨씬 이전부터 시로 인정받았고 문학 연구의 대상이었다.

이를 딜런의 노래가사가 시의 영역으로 올라 선 것으로 보느냐, 문학의 영역이 노래가사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느냐는 특수성과 일반성만큼 큰 차이다. '딜런은 받을 만하다'와 '그렇다고 노래가사를 문학으로 볼 수 있을까' 사이의 거리는 특수성과 일반성의 시각차다.

하지만 노래가사를 문학으로 일반화 할 수 있느냐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논의됐다. 조동일 교수는 1988년 출간한 '한국문학통사' 5권에서 "가곡과 가요도 근대문학의 주변 영역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조 교수는 "…유행가는 작사도 새로 해서 대중문학의 한 영역을 담당했으므로 문학사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다음은 좀 더 구체적이다. "…유행가 작사는 문학 창작 행위로 평가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모든 노래의 가사가 문학의 범위 안에 들고, 유행가 작사자와 동시대의 시인이 전혀 다른 구실을 하지는 않았으므로, 그런 관례는 원칙상 부당하다. 시인의 작품에도 유행가 가사만 못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유행가 가사는 한 시대의 자랑스러운 창조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격하된 평가를 시정하지 못했다."

여러 면에서 딜런의 노벨문학상은 이미 인정받은 것에 꽃다발을 걸어주는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노래에서 가사만 독립된 영역으로 빼낼 수 있는지같은 물음이다. 이 질문에는 연극 공연을 전제로 한 희곡이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는 것이 대답이 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어느날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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