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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행복 위해 내 몸 건강부터 챙기세요"

[사람 속으로] 뉴저지 홀리네임병원 무료 건강검진 통해 새 삶 찾은 60세 한인 가장

가족 부양 책임 다하느라 병원 갈 엄두 못내
기침 심해 밤잠 못 이루다 무료 건강검진 참석
심장 이상 발견한 의료진 깜짝 놀라 긴급 수술
자선치료 혜택으로 병원비도 해결


뉴저지주 파라무스에 사는 60세 한인 윤모씨. 차량 운전일을 하는 그는 평소 병원에 가는 것은 남의 일로만 여겼다. 바쁜 일상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몸이 아플 시간도 여유도 없었기 때문.

그러나 윤씨의 심장은 관상동맥 질환에 의해 소리 없이 그 기능을 다해가고 있었다. 이 같은 심장 질환이 있는 줄도 모르는 채 살아왔던 60세 한인 가장은 무심코 참석한 무료 건강검진 덕분에 기적적으로 새 삶을 찾았다.

윤씨는 지난 1일 뉴저지주 티넥의 홀리네임병원에서 열린 무료 건강검진 '헬스 페스티벌'을 찾았다. 몇 달 전부터 기침이 심해 밤에 잠을 못 이루던 윤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무료로 각종 의료 분야 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한번 검진이나 받아볼까'란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검진 행사 당일날도 일이 많았지만 왠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만사 제치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장에서 무료로 폐CT를 촬영해준다는 말에 기침이 많이 나고 가슴이 답답했던 평소 증상이 생각나 응했다. 이 결정은 윤씨의 생명을 구했다.

폐CT를 찍고 얼마 뒤 의료진이 심각한 얼굴로 윤씨에게 다가와 "당장 입원해야 하고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진을 담당한 방사선과 전문의가 "당신의 폐에 물이 가득 찼다"며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한 것이다.

평소 감기 한번 안 걸린다고 자부했던 건강 체질이라 윤씨는 순간 아찔했다. 가족과 직장 생각이 먼저 났다. 윤씨는 "가족에게도 알려야 하고 직장에도 일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해야 한다. 당장 쓰러지더라도 일단은 집에 갔다가 다시 병원에 오겠다"고 의료진에 사정했다.

윤씨의 상태를 우려한 의료진은 윤씨를 만류했으나 결국 고집을 꺾지 못했다. 집에 돌아간 윤씨는 가족과 직장에 자신의 상태를 알렸다. 그리고 이날 밤 윤씨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다음날 홀리네임병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정밀 조사 결과 윤씨의 병명은 관상동맥 질환(CAD)과 심부전이었다. 심장 기능이 75%나 저하된 위험한 상태였다. 병원 측은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정말 위험했다. 길을 가다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 쓰러질 수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윤씨는 6일 1차 수술 11일 2차 수술 끝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병원에서 퇴원해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24일 현재 윤씨는 무사히 건강을 회복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수술을 앞둔 지난 7일 윤씨는 병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나는 참 행운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무료 건강검진이 열리지 않았다면 병원을 찾았겠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가지 않았을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부분 한인 가장들이 비슷하겠지만 몸에 이상이 느껴진다는 자각이 없으면 쉽게 병원을 가기 어렵다"며 "현재 건강보험도 없고 가족과 직장에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가장 입장에서는 내 고민을 가족에게 털어놓기보다는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한다. 아내도 일을 하기 때문에 바쁘고 아이들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한인 가장의 모습. 자신의 건강보다 가족과 주변을 먼저 생각하느라 작은 몸의 이상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 꼭 그렇다. 하지만 이번 일은 윤씨에게 너무나 큰 교훈을 줬다. 자신의 건강 없이는 가족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없이 미루기만 했던 병원 건강검진이 소중한 삶을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윤씨는 "처음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면 노모와 지인들이 걱정할 것 같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나 같은 상황의 한인들이 꼭 건강검진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취재에 응하게 됐다. 바쁘고 어려운 형편 등을 이유로 내 몸을 챙기기보다는 묵묵히 일만 하는 우리 한인들에게는 병원에 가는 것이 마치 사치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꼭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검진과 치료까지 책임져 준 홀리네임병원에도 정말 감사하다. 한인들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을 앞으로도 꾸준히 제공해 줬으면 좋겠고 이 같은 기회가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건강검진 행사와 윤씨 치료 등을 담당한 이 병원 코리안메디컬프로그램(KMP) 측은 "올해로 8회째를 맞고 있는 한인 대상 무료 건강검진은 윤씨와 같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검진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한인들이 꼭 인식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KMP 측은 또 "무보험자인 윤씨의 수술 및 병원 비용은 자선치료 프로그램(Charity Care)을 통해 해결되도록 노력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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