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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재산탕진에 생명까지 위협

'도박 버스' 한인타운 실태
시니어들 "월 초는 도박 데이"
시에서는 '나 몰라라' 뒷짐만

24일 오전 8시. LA한인타운 올림픽과 버몬트. 대형 관광버스들이 줄줄이 정차돼 있다.

손님들을 카지노까지 태워 주는 '도박 버스'들이다. 이들 버스는 팔라, 모롱고, 샌마누엘, 페창가, 소보바 등으로 향한다. 전날 LA한인타운에서 출발했다가 솔턴호 인근 서멀에 위치한 '레드 어스 카지노'를 다녀오던 도박 버스가 트럭에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부상을 입는 참변이 일어났지만 이날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박 버스들이 줄기차게 몰려들었다.

현재 타운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하루에 30여 대. 한 대당 정원이 40~50명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많게는 1500명 가까이 카지노를 찾고 있는 셈이다.

지역 주민들이 도박 버스를 퇴출해 달라고 LA시 측에 항의한 것도 10년이 넘는다. 하지만 LA시검찰.LA경찰국(LAPD).LA시의장실에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단속이 없으니 도박 버스도 한인타운에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그동안 윌셔주민의회(WCKNC)와 피코주민의회(PUNC)는 줄기차게 단속 강화를 촉구했다. 특히, 지난 2006년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시장이 한인타운 올림픽가에 도박 및 관광버스 등 대형버스 주차를 금지했지만 유명무실하다.

지역 주민 김모(54) 씨는 "아무래도 도박장과 정치권, 경찰서간의 검은 끈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까지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웨슨 "돈 받은 적 없다" 항변

지역을 관할하는 허브 웨슨 LA 시의장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도박장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도박장으로부터 받은 총 후원금을 알려달라'는 말에 웨슨 시의원 공보관 바넷사 로드리게스는 "웨슨 시의장은 카지노로부터 받은 후원금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도박 버스 단속은 LA경찰국(LAPD)의 관할이며, 311에 신고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그동안 WCKNC와 PUNC는 도박버스가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주변지역에 도박버스 승객들이 타고 온 차량의 주차로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배설물과 담배꽁초 등으로 악취와 환경을 파괴하고 ▶버스 시동을 켜놔 심각한 소음을 야기하는 등 지역 전체에 끼치는 불편과 악영향이 크다고 줄곧 문제 제기를 해왔다.

PUNC의 제이 박 의장은 "곧 LA시에 다시 한 번 도박 버스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며 "LA시가 주민의 편으로 돌아설 때까지 싸워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통사고 위험

도박 버스들의 불법 주차로 인한 한남체인 주변 지역의 교통사고 위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버스들은 다른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좌우 회전 때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다. 또 출퇴근 시간대에는 주민들의 주차 공간 확보가 어렵고 교통체증마저 유발하고 있다. 특히 버스회사들은 도박 버스가 주차할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행심 조장

카지노 측에서 도박 버스 이용객들에게 30달러 상당의 슬롯 머신이나 테이블 머니 쿠폰 등을 제공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박의 유혹에 빠져 생활비까지 날리는 노인도 허다하다. 이모(74.LA한인타운) 씨도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정기적으로 도박 버스를 탄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우연히 친구 소개로 도박 버스를 한 번 탔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카지노로 간다. 집에 온 뒤에도 다음에 카지노 갈 생각을 하면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도 도박버스는 나 같은 한인 노인들로 가득하다"며 "대부분 자식들한테 받는 용돈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받는 생활 보조금을 밑천으로 게임을 하는데, 돈 따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인들에게 생활보조금(SSI)이 지급되는 매달 1일은 이른바 '도박 데이'가 됐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매달 노인들에게 적게는 수백 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 이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생활보조금이 도박 판돈인 셈"이라며 "돈을 다 잃으신 분들을 보면 가슴 아프지만 이분들이 끊을 생각은 안 하고 그 다음달이면 어김없이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보자 한 명은 "타운에 노인들을 위한 여가시설이 없는 것도 노인들의 도박중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중독증회복선교센터의 이해왕 대표는 "어르신들이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리고 창피해서 자살로 가는 케이스도 있다. 가정파탄뿐 아니라 나중에는 친구들도 모두 떠난다"면서 "가족들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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