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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 라이프] "농부로 사는 삶 얼마나 기쁜지"

중소기업 운영하다 10년 전 도미 김종윤씨 부부
곰취·머위 등 산채 재배
돈보다 농사 짓는 재미
건강 밥상에 마음 넉넉

당신의 노후생활은 안녕하십니까? 반퇴인들이 즐겨 묻는, 걱정이 묻어 있는 안부인사다. 준비 안된 노후는 100세 시대의 걱정거리다. 수퍼그린 농장의 김종윤(77세)씨는 이 질문에 현답을 제시했다.

그는 10년 전 한국에서 은퇴할 때 은퇴지를 미국으로 결정했다. 한국의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35년의 삶을 제조업에 바쳤던 그는 사업을 정리하고 일단 미국으로 향했다.

"아들이 이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오게 됐지요. 사계절이 있고 4000피트의 고지대라서 공기가 맑아서 좋습니다."

주변을 돌아 본 후 야노(Llano)에 터를 잡았다. 야노는 필랜에서 팜데일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인구 1200명이 거주하는 LA카운티에 속한 타운이다. 263가를 두고 LA와 샌버나디노 카운티를 경계 짓는데, 야노는 263가에 붙어 있다.



이웃이 멀고 주변에 조슈아 트리만 무성한 사막땅에서 외롭지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용해서 마치 절간에 있는 것 같다. 땅이 넓고 지하수가 많아서 물걱정이 없으니 농사로 소일하며 살기에는 최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6년전 10에이커를 구입하여 아내와 함께 이곳에 정착했다. 어린시절을 농촌에서 보내서인지 푸성귀라도 직접 키워 먹겠다고 작정을 하고 귀농을 한 것이다.

오랫동안 공단을 운영했지만 농사지식이 없어 강원도 평창에 있는 '산채시험장'과 연결하여 조언을 받았다. 그리고 곰취나물을 키워보기로 작정했다. "곰취는 산채로서 풍취가 있고 항암효과가 높아 적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고국의 향취와 추억을 쌈 채소를 통해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곰취는 곰이 좋아하는 풀, 긴 겨울잠을 자고 난 후 곰이 가장 먼저 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다년생으로 고냉지에서 잘 자란다. 시장 가격도 좋은 편이다.

그는 곰취 외에도 쑥, 머위, 쪽파 등을 키워 연 7000~8000파운드의 야채를 생산하여 마켓에 납품한다.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기 보다는 연구하고 즐긴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살아간다는 것이 일이고, 일이 삶 아니겠습니까? 마음이 죽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지요. 일 안하면 빨리 죽습니다." 그는 농사 예찬론을 펼쳤다.

"자연으로 귀화해서 땅에서 농부로 사니 하루 하루가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해 뜨면 밭에 나가 일하고 해 지면 집에 들어와 쉴 수 있으니 지금이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일도 적극적이고 마음도 긍정적이다. 올해 시민권도 따고 세레명도 받았다.

"작은 일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큰 일을 하면 좋을 듯싶지만, 큰 걱정이 따르는 법입니다. 특용작물은 규모는 작아도 성취감이 있습니다."

그의 삶은 '친한 이웃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서쪽 밭에 나가 일을 해야겠네…'라고 읊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절로 생각나게 한다.

차광막으로 씌워진 그의 비닐하우스 8동은 볼품없다. "비닐하우스 폼나게 짓고 빚 지는 것보다 좀 엉성해도 내손으로 작게 짓는 것이 실속있습니다. 소출도 나기 전에 큰돈 들이면 농사지어 언제 본전 뽑겠습니까?"

그는 실속파 농부다. 산채 키워서 부부의 건강 밥상을 만들고 부지런히 몸 놀려서 더 늘어난 생산량은 돈으로 만든다.

"봄 가을에 깻묵을 퇴비로 사용합니다. 산채를 무공해로 재배하는 비결입니다. 농사도 정보 교류가 필요합니다. 서로 일깨워 주고 다같이 파이를 키워가면 서로가 좋지 않겠습니까?"

▶문의: (714)232-2440 김종윤


이재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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