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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내 한 표가 부끄럽지 않기를

오수연/사회부 차장

요즘 재미삼아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만약 무인도에 공유와 조인성 두 명 중 한 명만 데려갈 수 있다. 누굴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야 되겠지만 누구를 꼽는다고 해도 즐거운 선택이다.

하지만 비호감인 두 명을 놓고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좀 얘기는 달라진다.

요즘 상황이 딱 그렇다. 힐러리와 트럼프다. 비호감인 두 사람을 놓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의 갈림길에 놓였다. 일찌감치 우편투편용지를 받아놨지만 여전히 기재는 하지 못한 상태다.

발의안들만 기재하고 대통령 선거만 공란으로 남겨 놓고 끝낼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하지만 세상이 두 쪽이 나도 둘 중 한 명은 대통령이 될 것이고 한 표를 버리는 일은 어쩌면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차악을 선택하기로 했다.



미국 국민으로 겪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얼마 전 민족학교에서 개최한 '알기 쉬운 우편투표 설명회'를 취재하러 갔다. 방법도 어렵고 17개나 되는 발의안의 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든 이번 선거를 조금이나마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행사였다.

행사장에 들어섰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예상보다 사람들이 적게 왔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이미 행사장이 꽉 차 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알고 보니 차가 없는 시니어들이 버스를 2~3번씩 갈아타고 이번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하겠다면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LA한인타운 인근에 살고 있다는 한 할머니는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없어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왔다고 했다. 94세의 고령의 할아버지는 지난해 시민권을 취득했다며 첫 선거이자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는 이번 11월 선거를 꼭 치르고 싶다며 행사장을 찾았다.

한 표를 소중하게 행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소중한 이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거짓말쟁이 힐러리에 막말하는 트럼프다. 어디 하나 흔쾌히 투표를 할만한 구석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한국 역시 상황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바지 대통령'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오르내릴 만큼 막장 드라마가 한국 그것도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으로 한 표를 행사했던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자신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벌인 국정 농단은 상식의 선을 넘어서 있다. 국민이 갖는 상실감과 모욕감은 설명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을 조국으로 둔 '한인'은 더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민이라는,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몸담고 있는 두 나라 어디에도 자랑스러운 리더를 두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이제 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았고 여전히 우편 투표 용지는 공란이다. 하지만 11월 8일 전에는 어떻게서든 그 공란을 메워보려 한다. 내 소중한 한 표가 부끄럽지 않길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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