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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추방으로 끝난 아담의 37년 미국생활

한글 성경책과 고무신이 문제였다. 양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뛰쳐나왔던 16세의 한인 입양아 소년은 그것들을 찾겠다며 지긋지긋했을 그 집에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창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결국 절도 혐의로 체포됐고 25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소는 했어도 갈 곳이 없었다. 홈리스처럼 이곳저곳 떠돌다 이런저런 사고도 쳤다.

어느 덧 그는 40세의 중년이 됐다. 결혼도 했고 네 자녀의 아버지로 성실하게 살았다. 가족을 위해 이발소를 운영하며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도 일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가족과의 생이별 위기에 처했다. 이민법원이 그에게 추방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 이름이 신송혁인 아담 크랩서는 세살 때 누나와 함께 미시간 주의 한 가정에 입양이 됐다. 하지만 남매를 입양한 사람들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나마 아담이 10살이 되었을 때 더 이상 키우지 못하겠다며 양육을 포기했다. 파양을 당한 것이다. 갈 곳이 없어진 남매는 포스터홈으로 보내졌고 이 과정에서 누나와도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2년 후 이번엔 오리건주의 한 가정으로 다시 입양이 됐다. 크랩서라는 성도 이때 얻었다. 그러나 두번째 양부모는 최악이었다. 온갖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자동차 열쇠를 빨리 찾아오지 못한다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한 적도 있다. 견디다 못해 16살이 되던 해 결국 그집을 나오고 만다.

하지만 두고 온 한글 성경책과 고무신을 잊을 수가 없었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의 고아원에 있을 때 부터 간직했던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그 성경책과 고무신에 담긴 추억과 그리움이 첫 번째 전과의 계기가 된 셈이다.



미국에서 37년이나 산 아담이 '미국인'이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책임은 자격미달의 양부모들에게 있다. 당시엔 입양아들도 시민권 취득 수속을 밟아야 했지만 그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양부모 자격심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입양기관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 한가지는 융통성 없는 이민법이다. 성인이 된 아담은 자신의 체류신분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2012년 영주권 수속을 시작했다. 그나마 자신을 학대했던 두번째 양부모를 겨우 설득해 얻어 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의 전과가 발목을 잡았다.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범죄 전력들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추방재판에까지 회부가 된 것이다. 현행 이민법은 합법 체류자라도 '가중처벌이 가능한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추방토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의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중범죄의 유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폭행이나 위조수표 발행 등의 범법 행위도 대상에 포함이 된다. 이로 인해 추방 규정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아직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아담의 전과 기록은 절도, 위협, 불법 총기소지 등이다. 물론 잘못은 저질렀지만 '중범죄자' 취급은 지나치다. 더구나 힘겨웠던 그의 37년 미국생활을 감안했다면 충분히 정상참작도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법원은 냉정하게 그에게 추방판결을 내렸고 아담은 세살 때 떠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아담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아담의 잘못만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제 법무부라도 나서 추방판결에 대한 재검토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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