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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FBI로 번진 대선 불길

안유회 / 논설위원

지난달 28일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연방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서한을 보냈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시 개인 이메일을 이용해 기밀문서를 주고 받은 사실을 재조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이 섹스팅에 사용한 노트북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위너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애버딘의 이메일이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과 연관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FBI는 이틀 뒤인 30일 에버딘의 이메일 조사 영장을 발부받았다.

FBI발 재조사 천명-영장 발부 발표는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 만큼이나 금요일~일요일에 걸친 주말에 튀어나왔다는 점에서도 그 급박함을 보여줬다.

이번 발표는 FBI의 대선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급속히 비화됐다. 하지만 논쟁의 대상이 FBI로 바뀌었을 뿐이다. 논점은 대선 출발점과 비교해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기승전이메일, 기승전막말이다. '저쪽이 더 나쁘다' '저쪽이 더 부패했다'는 진흙탕 싸움은 마침내 정부기관으로 번졌다. 악화일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명승부도 최악의 졸전도 결국 승패는 가려진다. 어찌보면 졸전일수록 시선은 더욱 승패에 쏠린다. 과정에서 건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건은 어느 편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의지할 것은 여론조사밖에 없다. 트럼프에 유리한 수치는 1%포인트 격차로 나타난 ABC·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다. 지난달 25~28일 사이의 조사여서 이메일 재조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볼 순 없지만 어쨌든 46% 대 45%였다. 클린턴이 환호할 격차는 6%포인트다. NBC·서베이몽키가 지난달 24~30일 사이에 조사한 것으로 47% 대 41%였다.

비교 가능한 것도 있다. 폴리티코·모닝컨설트는 재조사 발표 직전과 직후에 여론을 조사했다. 27·28일 조사와 29·30일 조사에서 클린턴은 똑같이 3%포인트 우세를 지켰다. 한가지 차이점은 자유당과 녹색당 후보를 포함한 4자 대결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격차가 5%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줄었다.

이를 단순하게 제3당으로 돌아섰던 이들이 일부 돌아왔다로 굳이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재수사 건이 없을 때도 격차가 1%포인트로 좁혀진 여론조사는 이미 있었다. 지역별로는 트럼프가 뒤집은 사례도 있다.

재조사가 트럼프에 유리한 작용을 할지, 작용을 우려한 반작용이 더 클지는 모를 일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성만 따지면 클린턴은 아직 앞서고 있고 트럼프의 뒷심은 14%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졌을 때보다는 커졌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상하원 선거 패배까지 위협했던 전선이 다시 대선으로 치고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걸만은 하다.

FBI가 대선의 불길에 휘말린 것은 여론조사보다는 좀 더 분명하다. 지난 7월 이메일 건과 관련해 FBI의 불기소 판단이 공표됐을 때 클린턴 진영에선 기소하지 않는 사건은 공표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깼다고 공격했고 트럼프 진영에선 수사가 부실하다고 비난했다.

이번 재수사 발표를 놓고도 진행중인 사건은 공표하지 않고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FBI 전통을 깼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코미 국장이 공화당원인 사실도 다시 입결에 올랐다. 반면 전직 법무부 관리 등은 이미 수차례 거론된 사건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 의회에 거짓말을 했다는 책임과 후폭풍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는 옹호론을 펼쳤다. FBI가 법무부와 상의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인 것에 대해서도 한편에선 비난을, 한편에선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빌 클린턴을 만난 것에 비추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불길은 FBI로 옮겨붙었다. 과열된 대선의 불길이 FBI를 덮친 것인지, FBI가 불길에 너무 가까이 갔는지 또한 진영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게 분명하다. 이번 선거는 중간지대의 타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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