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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끝과 시작

김완신 부국장

졸업시즌이 계속되고 있다. 초.중.고교 학생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라는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다.

학업의 긴 여정을 보면 졸업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제도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구분한 학업의 여러 과정 중 한 단계를 끝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졸업이 의미를 갖는 것은 '마침'과 '시작'이 교차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매년 졸업시즌에는 영광의 승리자도 있고 패배의 낙오자도 있어 정반대의 대비를 보인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주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학생이 있는 반면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해 졸업식 연단의 뒤편에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

졸업 때가 되면 화제가 많다. 지난 7일 하버드 대학 졸업식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학위를 받았다. 1975년 3학년때 학교를 중퇴한 그는 입학 34년만에 감격적으로 모교의 학사모를 썼다.



빌 게이츠는 졸업연설에서 "아버지는 내가 언젠가는 학교로 돌아가 학위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며 "나는 이 말을 하려고 30년 이상을 기다렸다"고 뒤늦은 졸업의 감정을 술회했다. 젊은 시절 졸업장 없이 쓸쓸히 학교를 떠났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다.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연설도 아직까지 기억되고 있다.

졸업식 연사로 초청된 잡스는 "내가 대학 졸업식에 가장 가까이 와 본 것이 바로 지금이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입양된 그는 양어머니가 그토록 원했지만 학비가 없어 오리건주 리드 대학교를 3학기만에 중퇴했다. 친구의 방 마루바닥에서 잠을 자고 빈병을 모아 생계를 이어 갔으며 수마일의 거리를 차비가 없어 걸어 다녔다. 결국 학교를 포기했고 그의 인생 1막은 이렇듯 초라하게 시작됐다.

그후 잡스는 집 차고에서 '애플'을 차렸고 승승장구로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그러나 얼마후 회사의 임원들을 모두 해고시켰고 그가 가는 곳에는 배신과 미움만 있다는 오명을 안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성공도 잠시 그에게 다시 역경이 시작됐지만 경영부진을 겪던 '애플'은 창업주였던 잡스를 최고경영자로 다시 불렀고 그는 '아이맥'의 출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탠포드 졸업식장에서 잡스는 "매일 인생을 마지막 처럼 생각하고 생활하라"고 강조했다. 인생은 짧기 때문에 허비해서는 안되고 항상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를 가지라고 당부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을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이 졸업을 모든 것의 종착지로 여겼다면 새로운 성취나 희망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커먼스먼트(Commencement)'에는 두가지 뜻이 있다. 그 하나는 시작과 출발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졸업식을 의미한다. 졸업은 학업을 마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향해 도전하는 시점이다.

수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은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인생의 한 단계를 이제 넘어서며 새로운 출발선을 향하고 있다.

'마침'에는 결과와 자족만이 남지만 '시작'에는 항상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이 존재한다. 졸업은 끝이면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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