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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첨단 통계 밖의 목소리

조원희 / 디지털부 기자

11월 8일. 역사적인 선거일 아침. 카메라와 함께 한인타운 근교의 투표소들을 찾았다. 십여 명의 한인들이 어떤 후보에 투표를 할 것이며 어떤 이유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이야기해 줬다.

취재를 하다 보니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의외로 한인들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꽤 있다는 것. 그리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밝히기 꺼린다는 것. 적은 숫자만을 인터뷰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인상에 깊이 남았다. 그리고 동시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날 저녁 트럼프는 압도적인 격차로 당선됐다. 총 득표수에서는 밀렸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대승이었다. 대부분 주류 언론의 예측은 형편없이 틀렸다. 여론조사는 믿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브렉시트 때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선거일 아침 인터뷰에서 느낀 것은 여론조사로 잡아낼 수 없는 민심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만의 분석에 몰두한 많은 '전문가'들은 고배를 마셨다.



공화당 쪽 선거 전략가인 마이크 머피는 트럼프 당선 확정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러한 말을 남겼다. '난 지난 30년 동안 데이터를 믿으며 살았는데, 오늘 밤 데이터는 죽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예측보다 더 잘못된 예측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무용지물로 만든 이 '숨은 표'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현재 여론조사에 사용되는 최첨단의 통계기술로도 담아낼 수 없는 목소리란 것은 무엇일까? 예측이 처절하게 실패한 두 개의 투표결과, 브렉시트와 대선을 보면 알 수 있다.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여론조사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무역장벽 등 국제적 규제들을 철폐해나가고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것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계화 이전을 그리워하며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자기가 사는 작은 동네만의 정감 넘치는 규칙들이 있었던 그 시대로.

혹자는 그리스의 EU탈퇴까지 거론하면서 이를 '유권자의 반란'이라고 부르고 있다. 기존의 정치와 경제체제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투표라는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체제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크게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차이는 분열로 이어졌다.

세계화 이전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과 세계화 이후의 질서가 몸에 밴 청년층의 갈등도 커지고있다. 영국에서는 EU의 일부가 아닌 영국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청년층이 부모세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현재 트럼프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열리면서 대선을 통해 극명하게 갈려버린 민심이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시위대는 트럼프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면서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분열의 원인은 언뜻 보기에는 트럼프의 과격한 언행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표결과를 들여다보면 조금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주류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이 담아내지 못하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탓은 아닐까? 그들은 세계화의 흐름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배려의 부족으로 뒤처지게 된 것은 아닐까? 기자로서 통계가 아닌 목소리를 잡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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