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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열한 미국의 이민정책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은 비열하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더 비열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

각종 국제협약으로 자본의 국가간 이동이 자유로운 현재 다국적 대기업들은 마음대로 해외에 공장으로 차리고 값싼 노동력과 허술한 환경 제재의 혜택을 누린다. 이렇게 '돈'에는 국경이 없지만 보다 나은 임금과 생활, 환경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돈'과 달리 국경에 막혀 저임금과 환경파괴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다국적 대기업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온다. '사람'도 '돈'과 같은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원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미국 경제는 언제나 불법 이민자를 환영해 온 공범이다. 이들의 취업을 철저히 막지 않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활용한다. 불법 이민자들도 세금을 내라고 권장하고, 합법 신분을 얻을 기회를 줄듯 말듯 하면서 계속 착취하고 있다. 9.11 테러 참사 현장의 쓰레기도 불법 이민자들이 치웠고, 트럼프의 건물을 지은 건설업자도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했다.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붙잡으려고 쫓아다닐 이유가 없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민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간다. 2008년 미국 경제위기 이후 불법 이민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 바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는 미국에서 새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 노동력이 없어지는 순간 뉴욕과 LA 등 주요 대도시 경제가 마비되고 미국 전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온다. 정치인들도 그 사실을 안다. 그래서 비열하다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는 113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한인도 19만2000여 명이다. 이들은 농장.호텔.식당.건설.서비스업종 곳곳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미국 경제의 밑바닥을 지켜주고 있다. 이들을 없애면 미국민의 일자리가 늘어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이미 미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직종을 채우기 위해 환영 받아 왔다. 해결책은 단 하나뿐이다. 합법 체류 신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정치인들은 불법 이민 이슈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 이민 이슈에 이해가 부족한 국민들을 속이고 표를 얻는데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비열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죄 없는 청소년 74만여 명이 추방유예 승인을 받았다. 이 중 한인도 8000여 명이다. 이들은 최소한의 학업과 취업 기회를 얻고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백만 이민자 가정에 일시적으로 꿈을 줬다가 다시 짓밟는 비열한 짓이다.

불법 이민자의 합법화는 오랜 기간 대기하고 있는 합법 이민 신청자들에게 불공평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어이가 없다. 그렇다면 합법 이민 수속을 대폭 단축해서 신청서 처리 적체를 없애면 된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쓰이는 예산을 합법 이민 수속에 투입하고, 불합리하고 낙후된 이민 신청 시스템을 개선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생각도 안 하면서 합법 이민자의 권리 운운하는 정치인들은 정말 비열하다.

최근 들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대통령 선거 전에 예상했다고 '자랑'하는 이른바 '한인사회 정치 전문가'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마치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신들의 주가가 올랐다는 듯이 흐뭇해 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흐뭇해 하는 동안 수많은 이웃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정치 전문가라면 "내가 맞췄지"라고 쓸데 없는 자랑을 하기보다는 어떻게 이민사회의 미래를 '트럼프 악몽'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인 220만 명 중 거의 10%가 불법 이민자다. 실제로는 더 많다. 이들이 추방당하면 한인 경제는 쑥대밭이 된다. 한인사회와 이민자 커뮤니티는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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