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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엄마의 '반란 투표'

아들은 결국 엄마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 두 후보의 공약, 인물 됨됨이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엄마의 표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엄마가 '반란 투표'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끈질긴 선거운동에도 엄마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한표를 줬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우리집 표심이다. 참고로 두 사람은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다.

애초 아들이 지지한 후보는 버니 샌더스였다. 대학 등록금 면제 약속에 솔깃했고,부의 불평등 해소 공약에 점수를 줬다.

하지만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최선 대신 차선을 택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경쟁자 보다는 낫다는 논리였다.



아내의 선택은 의외였다. 평소 정치적 이슈나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웬일인지 이번에는 투표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려니 하다가 우편투표로 트럼프를 찍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놀랐다. '소수계 여성 유권자가 트럼프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지 이유를 물었더니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그때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그야말로 사건이었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선거 전 '클린턴 우세지역'으로 분류됐던 주들조차 막상 뚜껑을 열자 속속 '트럼프 승리'로 바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이 가장 먼저 반응했고, 각국 정부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득실 계산에 바빴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가 않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 재임 8년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이민·의료개혁 정책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설령 폐기까진 가지 않더라도 상당한 궤도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이번 선거만큼 백인과 소수계의 표심이 확연히 나뉜 사례도 드물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이 백인 저소득층이었던 탓에 '백인 파워를 보여줬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이 캠페인 기간 중 언행들이 오버랩되면서 소수계 커뮤니티들은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다'는 반대 시위에 고등학생들까지 나서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은 자가 치유능력은 뛰어난 사회다. 트럼프 당선인도, 패배한 클린턴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통합이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들고 나섰다. 하나의 미국을 위해 단결하자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따른 쪽에서 불안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나친 가족 중용이다. 총 16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트럼프의 자녀와 사위가 4명이나 포함됐다. 6명의 자녀 가운데 열살인 막내아들과 20대인 딸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인수위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행태를 두고 벌써 '네포티즘(nepotism)', 즉 족벌정치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의 역할이 인수위원 활동에서 끝날지, 아니면 일부가 주요 직책에도 임명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적당한 선은 넘어섰다. 더구나 트럼프의 자녀들은 사업가들이다. 인수위원회 활동에서 접한 수많은 기밀들이 사업상 유용한 정보도 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원했던 변화는 이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부의 불균형이 해소되고, 인종간 화합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변화는 진보를 담보하고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승용차만 몰던 사람에게 갑자기 대형 트레일러의 운전을 맡긴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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