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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돈 안되는 책'

[LA중앙일보] 발행 2007/07/1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07/07/17 17:51

김완신 편집 부국장

한국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명도가 높은 작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던 선배였다.

선배와의 통화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전 그가 탈고한 작품을 갖고 출판사를 방문했을 때 겪었던 일을 들었다.

출판사를 찾아가 두툼한 원고를 보여주자 직원의 첫마디가 "요즘 독자들은 이렇게 긴 글을 읽지 않아요"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문학작품 출판은 어려움이 많다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한국 출판계를 보면 실용서 위주의 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운내 서점들에서 교양서적이나 문학작품보다는 실용 서적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재테크 경영 처세술 등 실용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독점하다보니 인문적 교양이나 정신적인 성숙에 도움을 주는 책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돈'이라는 주제로 책을 쓴다면 돈의 사회.경제적 의미를 머리 아프게 설명하는 책보다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을 내야만 베스트셀러가 된다. 세태가 무형의 지식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다 주는 실리적인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출판계에 또다른 경향은 일본 번역 소설의 양산이다. 일본어는 문장구조가 한국어와 유사해 번역서라도 쉽게 읽혀지는 장점이 있다. 또한 두 나라가 동양의 보편적인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에 일본 소설이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여기에 최근 번역되는 일본 소설들은 내용 자체가 가벼워 독자들이 이런 책들을 부담없이 펼쳐든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토종의 문학작품이나 교양서는 설 자리가 없다. 실용 서적과 일본책의 홍수 속에서 공지영의 소설이 순수 문학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용서적이 이전에 비해 조금 퇴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얼마전 출판된 김훈의 '남한산성'이 순수 문학작품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개미'를 발표해 폭넓은 한국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공상과학 소설 '파피용'이 그나마 문학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상위권에 올라있다.

한국의 경영자 교육사이트는 휴가철을 맞아 기업의 최고경영자 공공부문 기관장 대학총장 등 1200명의 사회지도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휴가때 가장 읽고 싶은 책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경제.경영 부문에서는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긍정의 힘' '전쟁의 기술' '경청-마음을 얻는 지혜' '새로운 미래가 있다' 등의 순이다. 경제.경영부문에 한정했기 때문에 이런 책들이 주를 이루기는 했지만 비경제부문의 조사에서도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내몸 사용설명서' '인생 수업' 등 최근의 출판 경향을 보여주는 책들이 차지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주위에 여행을 떠나면서 가방에 한두권의 책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

'돈벌고 성공하는 법'이 최근 출판계의 화두가 되었지만 일상생활을 떠나온 휴가지에서는 '실리' 보다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책들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런 책속에 영악스럽게 사는 법은 없겠지만 삶에 필요한 소중한 가르침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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