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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업] '무책임한' 과학은 위험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었다. 한국어 번역본에서 저자가 한국인 독자들에게 한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한국을 '한 세기 안에서 전쟁과 식민지배를 모두 겪었고 매우 짧은 시간 만에 저개발 전통사회에서 선진 경제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라고 정의했지만 우리의 문제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생활수준이 극적으로 올라가는 동안 자살률도 치솟았다. 그래서 우리보다 못사는 멕시코나 태국인들보다도 행복도는 낮다. 인간은 권력이나 힘을 획득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서툴다. 둘째는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945년도 남한과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똑같았다.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현재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저자는 135억년 전 빅뱅이 일어난 후 역사의 형성 과정을 3개의 혁명으로 보았다. 첫째는 7만년 전에 사피엔스에게 일어난 인지혁명이고 둘째는 1만2000년 전에 발생한 농업혁명, 셋째는 500년 전에 일어난 과학혁명이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었다. 따라서 현대 과학이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탐구해 나갈 수 있었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켰다. 인간 수명의 경우 예전에 25~40세에 불과했는데 현재 선진국에서는 80세를 넘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류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선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지켜온 자연선택의 법칙을 깨뜨렸다. 한 예가 2000년에 프랑스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녹색 형광을 발하는 토끼, '알바'의 탄생이다. 토끼의 배아에 녹색형광을 발하는 해파리 유전자를 삽입시켜서 만들어진 지적 설계의 산물이다.

40억년 전의 자연 설계 법칙이 인간이 만들어내는 지적 설계로 바뀌는 과정에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생명공학과 사이보그 공학이 있다. 사이보그는 생물과 무생물이 부분적으로 합친 존재로, 생체공학적 의수나 의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예이다.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제3의 방법은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하는 것으로, 독립적인 진화가 가능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2005년에 시작된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는 인간의 뇌 전부를 컴퓨터 안에 재창조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토록 인간의 능력은 놀랍게 커졌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는 무책임하다. 주위의 동물들과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면서 책임을 느끼지 않고 결코 행복하지도 않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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