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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살라딘'을 기다리며

김완신 편집 부국장

기독교는 '땅끝까지 선교'를 선언하고 이슬람은 '이교도에 맞서 지하드'를 외치고 있다. 두 종교가 이처럼 대립하는 이상 지구촌 어디선가 충돌이 있기 마련이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인질사건에서 종교적인 문제를 배제할 수는 없다.

처음에 탈레반은 수감자들의 석방을 위해 종교와는 무관하게 외국인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질 2명을 살해해 이슬람권의 여론이 악화되자 종교적인 이유를 거론하면서 정당성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은 "납치된 한국인들은 기독교인들이고 이슬람에 기독교를 전파시키려고 온 사람들"이라며 무슬림들에게 반기독교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이 아니라 종교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사태는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사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치러진 전쟁들이 가장 치열했다.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후반까지 유럽을 휩쓸었던 종교 전쟁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무장한 병사들에게 타협이나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종교간의 갈등은 인류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해 왔다. 자신의 종교외에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다.

한국 종교정책 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정치와 종교에 관한 종교지도자 설문조사'에서 종교지도자들은 종교갈등의 가장 큰 이유로 '배타적 전파 방법'과 '타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했다.

타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신학자 한스 큉은 "종교간의 대화없이 종교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간의 평화없이 세계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슬람은 18세기말 19세기초에 기독교권인 유럽의 지배에 들어가면서 전투적인 집단으로 변모해갔다. 이슬람이 '복종'을 무슬림이 '복종하는 사람들'을 의미하지만 이제는 '지하드'가 무슬림의 구호처럼 돼버렸다. 지하드는 원래 무력을 사용하는 전쟁만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알라신을 믿는 모든 종교적 행위를 포함했었다.

200여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인류 역사를 피로 물들이며 두 종교에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을 남겼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에서 이슬람권의 최고 통치자 '살라딘'이 보여준 종교의 장벽을 넘어선 화해의 정신은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살라딘은 3차 십자군 전쟁때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와 맞서 대승을 거둔 인물이다. 그는 포로들을 풀어주고 기독교인들의 성스러운 묘지를 파괴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했다. 그의 행동은 기독교인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고 결국 평화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살라딘의 행동은 이슬람 강경파들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그는 다른 종교를 존중해야 하고 이교도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위대한 미덕은 자비'라고 외쳤던 살라딘은 지금도 이슬람 역사상 최고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탈레반은 2명의 인질을 살해했고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차례로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인명을 살상하는 것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신의 뜻이라는 '거룩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는 잔인하고 추악한 살인 행위일 뿐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인들이 인질들의 무사 석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탈레반 그들의 마음속에 살라딘의 자비가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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