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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트럼프 당선이 기독교 탓일까

장열/사회부·종교담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두고 각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교계 역시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결과를 살폈는데, 트럼프의 당선 기반으로 기독교계의 지지를 꼽았다. 핵심 근거로는 한 주류언론의 출구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CNN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 중 81%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 결과는 절대 기준이 됐다.

유명 목회자나 교계 관계자들은 이를 토대로 소셜미디어나 언론 등에 기독교계가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았다.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교계 내에서 힐러리를 지지한 측은 기독교계를 강하게 힐난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당선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에 들떴다.



하지만 통계 하나 때문에 호들갑을 보이거나 정치적 견해차이로 서로 얼굴을 붉혀선 안 된다. 단순히 한가지 이유로만 해석될 수 없는 게 정치 아닌가.

우선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의 81%가 트럼프를 밀었다고 해서 그들이 전적으로 기독교적 신념 때문에 표를 줬다고 결론짓는 건 무리가 있다. 이번 선거는 후보들 특성상 워낙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가 표심에 작용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해석되기엔 비약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 미국은 선거인단 확보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실제 '81%'의 응답자가 속한 개별 거주지 또는 투표 지역 분포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 결과만 놓고 보면 힐러리는 570만 표를 얻어 트럼프(300만 표)를 앞섰다. 승자가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시스템에서 사실상 트럼프가 획득한 개별적 표는 효력을 잃고 당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CNN의 출구조사가 정확하다면 81%의 표가 실제 트럼프 승리에 얼마나 효력을 발했는지 지역별로도 심도있게 따져봐야 한다. 유권자 성향에 따라 지역별 표심의 향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지난 대선 때와 비교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81%'라는 숫자는 투표 직후 단순한 방법으로 진행된 '출구조사'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표심을 읽었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복음주의'를 규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오늘날 시대는 그 범위를 정의하는 게 상당히 모호하다. 미국인들은 웬만하면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81%'가 엄밀한 의미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건 매우 애매한 일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동성결혼, 낙태, 연방대법관 임명 등의 이슈로 인한 긴박감이 실제 투표로 이어졌을 수 있지만, 기독교 유권층의 표심을 한가지 이유로 단정짓기는 힘들다.

기독교계는 성급한 결론을 경계해야 한다. 단순히 숫자적 통계를 갖고 마치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처럼 착각을 한다거나 "하나님이 도우셨다" "신이 미국을 심판했다" 등의 해석을 내놓는 건 위험하다.

반면, 트럼프 당선을 기독교계 탓으로 돌리며 분노하고 크리스천은 마치 정치에 무지한 것처럼 낙인 찍는 행위 역시 잘못됐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은 참으로 복잡미묘했다. 그만큼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각도로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은 절대 기독교계 표심만으로 해석될 수 없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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