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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불체자 수백만 명이 투표?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트위터에서 "수백만 명이 불법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지난 대선 전체 득표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250만 표 이상 뒤졌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 주장은 질 스타인 녹색당 대선 후보가 일부 주에서 재검표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하면서 터져 나왔다. 스타인은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재검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지자들이 이를 위해 6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스타인은 클린턴을 위해 재검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화가 나서 '폭풍 트윗'을 하며 스타인을 공격했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불법 투표를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했다.

트럼프의 주장은 지지자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법체류자 수백만 명이 투표를 했다고 똑같이 주장했다. 사회자가 근거를 묻자 "미디어가 밝혔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그런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CNN만 안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한 지지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체자들에게 투표를 권장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뉴스는 어디서 봤냐고 묻자 인터넷에서 찾아 보라고 "구글잇(Google it)"이라고 말했다.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와 스마트폰이 미디어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보다 쉽고 빠르게 뉴스를 접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대기업 소유 미디어에만 의존하던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뉴스 통로를 얻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왜곡과 편향된 시각, 심지어 거짓 정보에 근거한 사실이 아닌 뉴스를 믿는 부작용도 심각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체자의 투표를 권유한 적이 없고, 불체자 수백만 명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를 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거짓'이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뉴스를 사실로 믿고 있다. 트럼프가 SNS를 통해 거짓 뉴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을 펼치며 거짓 뉴스를 툭하면 퍼뜨렸다. 그는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 아랍인들이 축하 파티를 여는 것을 TV에서 봤다고 주장했지만 그런 방송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을 비난한 미인대회 참가자를 공격하면서 어딘가에 '섹스 테이프'가 있을 거라며 찾아야 한다고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물론 아무도 찾지 못했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에도 거짓 뉴스를 계속 만들었다. 그는 최근 포드자동차 CEO와의 협상을 통해 공장이 멕시코로 떠나는 것을 막고, 미국민의 일자리를 지켰다고 한밤중에 자랑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공장을 멕시코를 이전할 계획이 없었고, 한 브랜드의 생산라인을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만 있었다. 또 단 한 명의 노동자도 해고할 계획이 없었고, 이미 노동조합과 합의한 계획이었다. 포드 측은 이 생산라인을 옮기지 않기로는 했으나 과연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해 줄 수 없었다. 애초에 없었던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트럼프가 주장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이렇게 거짓 뉴스를 남발하는데 지지자들은 그의 말을 사실로 믿고 있는 것이 황당한 현실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시위가 빨갱이들의 수작이며, 시위 현장에 간첩들이 득실거리고,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나온다는 황당한 주장이 지금도 일부 사람들한테는 사실로 들리는 모양이다.

한 뉴욕 한인이 페이스북에 이렇게 올렸다. "시위 참가자 한 사람 당 5만원씩 줬으면 5만원×100만 명=500억원. 그럼 뭐 돈 많은 전경련이 집회를 주최했다는 거냐?"

거짓 뉴스는 조금만 따져 보면 가려낼 수 있다. 거짓 뉴스를 믿고 살다 보면 결국 세상을 거꾸로 보게 된다. 뉴스는 믿지만 말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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