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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충동적 머리카락 뽑기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자학하면서 스트레스 해소
정신병 일종 심리치료 필요

"너무 창피해서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못했었어요!"

31세의 젊은 여성이 간신히 속을 털어놓은 후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이십여 년 동안 숨겨왔던 비밀(?) 그러나 털어놓고 나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 자신과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이 꽤나 많고 더욱이 이것은 두뇌의 조절능력과 관련된 의학적 질병이라는 것도 ….

지난 10년 간 사무직원으로 그녀는 열심히 일했다. 청소년기에 시작된 발모광(trichotillomania.충동적 머리카락 뽑기) 증상을 숨기려 애쓰면서 말이다. 스트레스가 커지거나 불안할 때는 화장실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뽑았다고 한다. 그래야만 극도의 긴장감이 풀리는 듯했다. 다음 순간 이 현상은 반복되어 나타나지만 말이다.



3년 전 첫 아이를 낳은 후 증세가 더 심해졌다. 산후 우울증이 겹쳤기 때문이다. 어느 날 남편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당신 눈썹이 다 어디에 있지?"라고 물었다. 양쪽 눈썹은 물론 이미 그녀의 속눈썹도 모두 뽑혀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정신과를 찾아왔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이제 갓 태어난 둘째 아이 그리고 가끔 기이한 행동을 하는 첫아들을 위해서.

"첫째가 글쎄 옛적 제 사내 동생과 똑같은 행동을 보이는 거예요.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는 거예요. 아무리 아이 눈앞에서 음식을 깨끗이 씻고 조리해도 냄새를 맡고 나서야 먹어요. 둘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어요 세 살짜리가."

아이들 세대에까지 자신이 겪은 마음의 고통을 이어가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정신과를 찾아온 것이란다.

그녀의 어머니는 감정의 기복이 심한 조울증 환자였고 걸핏하면 자녀들을 매질하고 욕하였단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분이 좋으면 사랑을 퍼부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너무 엇갈려서 자신의 감정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갓난아이가 감정을 표현하거나 억제하는 법은 엄마와 느낌을 경험하면서 배우지요. 어느 날 아기가 웃으면서 엄마를 바라볼 때 엄마가 화를 내거나 무섭게 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웃는 것을 멈추거나 엄마를 쳐다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피하겠지요. 아기가 엄마를 피해야 한다면 얼마나 슬프고 불안해질까요?"

결국 둘 사이의 유대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발모광'은 충동조절 장애중 하나다. 충동조절의 문제는 많은 정신병의 증상 중 하나다. 자신이나 남에게 해가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정신적 긴장이나 즐거움을 위해 반복하는 증상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반복해서 훔치는 조절장애(병적 도벽) 반복해서 불을 지르는 병적 방화 심각한 도박충동의 장애인 병적 도박 간헐적 폭발성 장애 등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미워하는 대신에 상담을 받으며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필자는 '수치스러운'(?) 자신의 내면을 열어 보인 그녀의 용기를 칭찬해 주었다. 필자를 믿는 이 환자의 기대에 걸맞게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될 것을 새삼 마음에 새기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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