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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탈 미국 대통령 전용차

로켓 공격·화학 테러에도 멀쩡한 '비스트'
임기 끝나면 폐기하고 다시 새 차 만들어

무게 6.8t 넘어 최고시속 100㎞ 미만
첨단장비 많고 개조해 고장 잦은 게 흠
억만장자 트럼프, 명차 16대나 보유
롤스로이스 팬텀 등 직접 운전 즐겨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70)에겐 또 다른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움직이는 백악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차에 탈 수 있는 권리다. 세계 각국 대통령이 저마다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전용차를 타고 다니지만 미국 대통령은 그 위치가 좀 더 특별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사다.

미국 대통령은 임기 동안 제너럴모터스(GM)가 만든 '캐딜락 프레지덴셜 리무진'을 탄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의 이름에서 따 '캐딜락 원'이라고 불리는 차다. 하지만 커다란 덩치와 의전차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비스트(beast.짐승)'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미국 대통령은 외국을 방문할 때도 비스트를 공수해 탄다.

버락 오바마(55) 대통령이 타는 비스트는 길이 5.4m, 높이 1.8m에 달한다. 8기통 6.5L 디젤 엔진 혹은 8.1L 개솔린 엔진을 얹은 것으로 알려졌다. 7명까지 탈 수 있다. 덩치가 크다뿐이지 겉모습은 일반 대형 리무진과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L(리무진)의 길이도 5.3m 수준이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도가 '탱크' 수준이다. 먼저 트럭을 뼈대로 한 차체를 티타늄과 강철.알루미늄.세라믹 등 소재를 적용해 만든다. 문짝 두께가 20㎝로 보잉 757기 조종실 문과 무게가 같을 정도로 견고하게 제작했다. 문짝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 실내에선 문을 열기가 어렵다. 일반 자동차와 달리 바닥면까지 강철로 덮었다. 연료통은 충격을 받아도 폭발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총.지뢰는 물론 수류탄과 로켓 공격, 화학 테러에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짙게 선팅(빛가림)한 창문은 두께 13㎝에 이르는 여러 겹의 방탄 유리로 마감했다. 44구경 권총 총탄을 정면에서 맞아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 안전상 이유로 운전석 창문만 8㎝가량 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퀴 4개가 모두 펑크 나도 수십㎞를 달릴 수 있는 케블라(고강도섬유) 소재 방탄 타이어도 장착했다. 혹시 모를 고장에 대비해 전용 진단.수리장비를 가진 정비사가 차량 근처에서 동행한다.

전용차는 비상시엔 대통령의 응급실 역할을 한다. 그래서 차량 화재에 대비한 소방 장치와 스프링클러, 내부 산소 공급 장치를 탑재했다. 대통령 혈액형과 일치하는 혈액, 수혈 가능한 시설도 마련했다. 물론 방어만 하는 건 아니다. 유사시에 최루탄 발사기, 산탄총 같이 공격할 수 있는 무기도 탑재했다.

비스트는 안전한 차이기도 하지만 '달리는 집무실'이기도 하다. 백악관.국방부는 물론 각국 대사관으로 연결되는 핫라인, 도청을 방지한 위성전화, 무선 인터넷 PC, 영상회의용 카메라 등을 비치했다. 완벽해 보이는 비스트에도 단점은 있다. 방탄 성능을 강화하느라 무게가 6.8t 이상으로 알려졌다. 최고 속도는 시속 100㎞ 미만, 연비는 L당 3㎞ 이하 수준이다. 다양한 첨단 장비를 얹고 방탄 개조를 하다 보니 고장이 잦다. 가격은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이다.

의전차는 보안이 생명이다. 비스트도 외부에 알려진 기본 기능 외에 세부 사항은 기밀에 속한다. 대통령을 암살.테러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소 3대 이상 제작한다. 대통령이 어떤 차에 타고 있는지는 경호원 중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트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비밀을 간직한 채 폐기된다.

GM은 트럼프를 위해 기존 비스트의 기능을 강화한 '비스트 2.0'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비스트보다 방호 능력은 물론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내비게이션.인터넷 같은 정보와 오디오.비디오 같은 즐길 거리 기능) 성능을 개량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대통령 전용차 공급을 위해 GM과 2017년까지 총 16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비스트 한 대당 가격은 150만 달러로 추정된다.

대통령 당선 이전의 트럼프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산은 37억 달러에 이른다. 재력에 걸맞은 명차를 수집했고, 뒷좌석에 앉는 대신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것을 즐겼다.트럼프의 애마는 롤스로이스 팬텀이다. 판매 가격은 약 60만달러. 선택사양(옵션)에 따라 70만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의 팬텀은 겉보기엔 일반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내 장식은 직접 하나하나 트럼프의 취향대로 호화롭게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트럼프는 벤틀리 콘티넨털,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로드스터, 메르세데스-벤츠 S600, 마이바흐62S,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총 16대의 차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엔 아내에게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을 선물하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명차를 탈 수 있었던 트럼프가 '고작' 캐딜락 원에 설레어 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차는 널렸지만 오직 미국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차는 세상에 단 한 대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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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노무현·MB는 벤츠S클래스, 박근혜는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역대 대통령 최초로 국산 방탄차를 타고 취임식에 등장했다. 현대차가 2009년 청와대에 기증한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였다(사진). 해외 순방을 다닐 때도 이 차를 애용했다. 한국 자동차의 기술력을 세계 각국에 보여 준다는 측면도 있었다. 에쿠스 방탄차는 소총.기관총은 물론 수류탄.지뢰 공격에 견딜 수 있도록 방탄섬유 복합소재를 곳곳에 적용했다. 터져도 시속 80㎞로 달릴 수 있는 특수 타이어를 탑재했다. 방탄유리 두께는 7㎝가 넘는다. 박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 때는 현대차 브라질 법인에서 에쿠스 방탄차를 제공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기술력 등의 문제로 수입 방탄차를 즐겨 탔다. 1980년대까진 미국 차가 대세였다. 첫 방탄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캐딜락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캐딜락 프리트우드 68을 방탄차로 개조해 사용했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은 캐딜락과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번갈아 탔다.

 이후 취임한 대통령은 독일 차를 주로 탔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땐 메르세데스-벤츠 S600L 풀만가드를 애용했다. S클래스를 방탄차로 개조한 차량이다. 문짝 무게만 100㎏에 달한다. 총격은 물론 화재.가스 테러에도 안전하도록 설계했다. 가격은 10억원 이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방탄차인 BMW 시큐리티 760Li도 즐겨 탔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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