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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름다운 마무리

서혜전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어느새 12월이다. 한 해를 갈무리해야 할 시기다.

끝이 좋아야 시작이 빛날 수 있고, 아름다운 시작보다는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는 선각자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끝내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법정스님은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말씀해주신다. 그러나 인생에서 뜻하는 마무리는 꼭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때마다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삶의 종착점에 이르는 그날까지, 인생에서 하나씩 지어지는 매듭이 모여 비로소 아름다운 마무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살아가는 순간마다 마무리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나에게 주어진 삶과 내가 선택해 온 삶을 통틀어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또한 이 존재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근본이 될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 고마운 분들께 감사함을 전해야겠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잠시 머물다 가는 삶에 연연하며 사는 것이 많지는 않은지 반조해 본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를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춘다. 그 어디에도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쓸 뿐 언제든 빈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무성하던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그 빈 가지에 때가 오면 다시 새잎이 돋아나듯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설민석 교수는 한 역사교실에서 '초심을 실천하는 자 나라를 흥하게 하고, 초심을 잃은 자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좋은 인연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니라 끝이 좋은 인연이 참으로 좋은 인연이라는 말씀처럼 인연 따라 만났다가 인연 따라 떠나는 길에 그 인연의 끝을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

12월을 시작하며 모두 올 한 해 아름답게 마무리하시길 기원 드린다.

roof21c7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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