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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감사나무'에 걸린 사연들

모니카 류/암 방사선과 전문의

자연스레 추수감사절 디너는 작년부터 아이들에게 넘어갔다. 몇십 년을 해오던 행사였다. 그래서 늙는 것이 좋은가 보다.

추수감사절 음식준비를 끝낸 후 오븐에 넣고 가족이 함께 짧은 하이킹을 했다. 하이킹은 내가 추수감사절 디너를 할 때도 했던 일이다.

LA의 11월은 나름대로 아름답고 순하다. 매섭게 춥지도 않고 매년 운 좋게 하이킹하기 알맞은 햇빛, 바람, 푸른 하늘이 있다. 꼬마들도 걷는다. 칭얼대는 녀석은 없다. 제일 나이가 어린 작은 딸의 아들은 등 뒤에 걸쳐있는 체어에 앉아 세상을 보고 있다. 제 아빠가 열심히 아이에게 뭔가 알려주고 있다.

나는 여러 명절 중에 추수감사절을 가장 좋아한다.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에는 선물교환이 없고 강요되는 유흥이 없어서 좋다. 1 년을 되돌아보면서 펑퍼짐한 편한 옷을 입고 소파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미국 고구마, 사과파이, 롤, 터키와 햄을 굽는 냄새가 좋다.



올해는 여덟살배기 큰 손녀를 대장으로 꼬마들이 제 키만한 도화지에 '감사나무' 줄기를 그리고 듬성듬성 몇개의 잎사귀를 오려 붙였다. 이 아이들은 추수감사절 디너에 참석한 모든 어른들에게 나무가 무성해지도록 각종 모양의 다양한 색깔의 나뭇잎을 붙어야 한단다. 감사의 내용을 담은 종이는 나뭇잎이 되어 나무 위에 오른다.

위로 큰 두 꼬마들은 한장이 모자라 세장씩이나 썼다. 세살배기는 아빠가 대필해 주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감사함도 순진하고 뜻이 오히려 깊어 보인다. 그저 추수감사절이라 감사하고 삼촌,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 외에 제 형제들의 이름 하나하나, 친구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감사하다고 열거했다. 세살짜리 아이에게는 그것이 감사하고 신나는 일이다.

여섯살, 여덟살 아이들의 세계는 달라진다. 자신의 행운을 보았고, 핵가족에 대해서, 대가족에 대해서 따로 감사하고 세상과 자신이 가진 능력에 대해 감사하는 모습이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단다. 그리고 펜으로 크고 작은 하트를 그렸다.

성인들의 감사 내용은 피상적이고 추상적이다. 연륜 탓일 것이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는 사라졌지만 상업적 크리스마스는 강세다.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또는 헨리 리빙스턴 주니어)가 썼다는 '성 니콜라스(산타클로스)의 방문'이라는 시에서 시작된 것으로 믿어지는 선물교환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TV프로그램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나눔 실천의 문화가 됐다.

많은 교회, 성당, 관공서에서는 크리스마스 기빙트리를 세울 것이다. 불우아동들, 홈리스를 위한 기빙 아이템이 쓰인 나뭇잎들이 하나씩, 둘씩 붙여질 것이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진정한 사랑의 마음들이 꽃과 나비가 되어 나무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사랑과 감사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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