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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LA중앙일보] 발행 2007/08/15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07/08/14 18:31

김완신 편집 부국장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는 쉽지가 않다. 평가의 기준이 될만한 공식이 없다. 일부 과학적인 평가 방식이 동원되기는 하지만 결국은 평론가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노상 강도가 등장한다. 아테네의 이 강도는 나그네를 잡아다가 그의 쇠침대에 눕혀놓고 키가 크면 자르고 키가 작으면 늘여서 죽였다.

여기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을 그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는 행동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최근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디워'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이 침대를 생각했다. 평론가들의 혹평에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이 글을 쓰면서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 외적인 사실에만 근거했다는 것을 미리 밝히고 싶다.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폄훼하는 이유는 영화 문법에 충실하지 못했고 줄거리가 엉성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작품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의 전문가들이 아닌 네티즌들이 인터넷 물량공세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디워를 낮게 보는 평론가들 중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은 인정한다. 그러나 단서로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의 작품성과는 관계없는 '기술'일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 자체만의 평가에서 벗어나면 디워는 영화사적인 면에서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영화의 본고장이 할리우드에서 한국의 무명 감독이 도심 한복판을 막아 놓고 촬영했고 내달에는 미국내 1500여개 스크린에서 영화가 개봉된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였던 '괴물'이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됐고 미국의 메이저급 영화가 2000개 미만의 극장에서 개봉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할리우드에서 촬영했고 스크린 수가 많은 것이 영화를 평가하는 절대기준은 아니다. 다만 한국 영화계의 할리우드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는 정당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의 작품성만을 보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화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장르다. 한정된 계층의 향유물인 클래식도 아니고 소수의 전공자들이 보는 전문서적도 아니다. 소수의 영화전문가들에게 호평받는 예술영화와 다수의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영화에 대한 평가를 동일한 잣대로 할 수는 없다.

작품에는 항상 대중성과 예술성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눌 수 없다. 일부 평론가들은 대중성은 상업성과의 영합 예술성은 작가의 역량이라는 도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대중에게 인기를 얻으면 예술로 치장한 상술 정도로 작품성이 추락하고 만다.

또한 학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된 한국사회에서 배운 사람이 좋아하면 예술이 되고 못배운 사람이 좋아하면 오락이 된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무조건 저급한 예술로 몰아가는 풍토는 지양해야 한다. 특히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한 영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평론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객관성의 확보고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객관성의 결여다. 개인의 의견이 객관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이는 평론이 아니라 감상이다. 이제 '프로크루스테스'의 잔인한 독단은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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