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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탄핵은 시작이다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지난 2004년 3월 12일 새벽, 회사로 불려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된 뉴스를 신문에 싣기 위해서였다. 그때 붙여졌던 첫 제목은 "올 것이 왔다" 였다. 노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당시 편집인이 감정이 섞인 제목을 붙였다. 결국 탄핵 사실을 전달하는 단순한 내용으로 제목이 고쳐져 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 것이 정말 왔다.

2004년에는 탄핵 반대 여론이 70%였고, 지금은 탄핵 찬성이 81%까지 치솟았다. 노 대통령 탄핵 사유는 소속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탄핵반대 촛불시위와 5월 헌법재판소의 기각이었다. 노 대통령 탄핵은 치졸한 정략이었다. 그래서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국민의 생각과 달리 행동하는 국회가 창피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따랐다. 국민들은 4년 전 잘못 뽑은 대통령의 만행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탄핵은 시작이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핵심을 찔렀다. 그는 재벌 총수들이 앞에 앉아 있는 청문회장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 폭력배처럼 행동한다"며 "누구라도 거역하면 확실히 응징해야 다른 사람이 따라간다는 논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이번 청문회는 정경유착 청문회다. 여기 그룹 총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 덕분에 지위를 얻었다. 그리고 대부분 죄를 져서 감옥에 갔다 왔거나 기소 중이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 아버지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은 전과자들이 한국경제를 이끈다는 사실이 한국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들은 이들을 '최순실 게이트' 공범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공범이 아니고 주범이다. 정경유착의 토대가 있기 때문에 최순실도 가능한 것이다. 초법적인 재벌은 항시적 몸통이고 최순실은 지나가다 걸리는 파리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정경유착을 못 끊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산과 경영권을 세금 안내고 세습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탐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아마 여기 온 분들의 자손은 20~30년 후에 또 감옥에 가거나 이런 자리에 나올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1988년 민주당 초선 의원 노무현은 '5공화국 비리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대면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설립 모금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영향력에 있어서 본 의원은 증인의 백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한다. 비애를 느끼며 질문을 한다. 많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함께 가슴이 녹아 내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질문을 한다. 재벌 기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돈으로 권력을 매수하면, 권력이 조직을 유지하고, 정치 공작을 하고, 부정 선거를 하는 자금으로 쓰여져서 권력을 더욱더 영속화 시켜주고, 거기에서 또다시 이익을 받고, 또다시 돈을 주고, 이런 더러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독재 권력과 재벌의 관계라고 믿는다. 이 뭐 '재단' '재단' '재단' 해가지고 수천억씩 막 끌어 모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기업하는 분들도 이제 시대가 바뀌어 가니까 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봐 주시면 한다는 것이다. 본 의원은 일해재단과 또 유사한 성금의 성격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것이 돈은 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정치.경제적 이해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 질문을 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의원님 말씀을 우리 경제계가 한번 생각을 해보자고 얘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28년이 흘렀다. 두 사람은 고인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또 정경유착의 현실을 낱낱이 보고 있다. 탄핵은 시작이고 끝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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