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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디세이] 일식당 '가부키' 데이비드 리 대표…세계 최고 일식 왕국을 꿈꾼다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91년 식당 사업 시작
가주·네바다·텍사스 등…총 16곳서 지점 운영

연매출 6000만달러로 미국 체인 일식당 3위
올 초 '카이젠 그룹' 설립…라멘·치킨 브랜드도 론칭


그는 근사한 네이비블루 수트를 입고 나타났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시그니처 문양인 작은 스컬(skull)이 사방으로 프린트된 실크 수트였다. 이순을 목전에 둔 한인남성에겐 분명 파격적인 수트지만 살짝 브라운 빛이 도는 그의 헤어컬러와 꽤나 잘 어울렸다. 옷차림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고 했던가. 그 수트만큼이나 파격과 클래식 사이를 오가는 남자, 일식당 '가부키' 데이비드 리(59)대표다. 최근 새 브랜드 론칭으로 정신없이 바쁜 그를 '카이젠 다이닝 그룹' LA 본사에서 만나봤다. 성공신화 한 가운데 서 있으나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청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와의 대화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엔지니어에서 식당 주인으로

연대 기계공학과 75학번인 그는 졸업 후 1982년 LA로 유학 와 로욜라 메리마운틴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후 유명 유리제조업체에서 엔지니어로 3년간 근무했다. 당시 근무시간이 오전6시부터 오후2시까지여서 퇴근 후엔 평소 관심 있던 외식사업공부를 해보고 싶어 캘폴리 포모나에서 식당경영 MBA 코스를 시작했다.



"미국에 와 일식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일식당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보니 동료들이 월요일에 출근해 주말에 일식당 간걸 자랑할 정도였죠. 그러면서 일식당에 대한 사업 가능성을 봤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잘나가는 엔지니어에서 식당 주인으로의 변신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헤어질 게 무서워서 연애를 포기하진 않잖아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예요. 망할 것 무서워 해보지도 않고 그 길을 포기할 순 없죠. 제가 워낙 낙천적이기도 하고요.(웃음)"

MBA 공부와 시장조사를 통해서 일식당 사업에 대한 확신이 서자 식당 오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91년 4월 패서디나에 4500스퀘어피트 규모의 일식당을 인수해 가부키 간판을 내걸었다. 사업자금 30만달러 대부분은 SBA융자로 해결했다. 오픈과 동시에 사업은 안정적으로 굴러갔고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도 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1년 뒤 4·29 LA폭동이 터졌고 식당 매출은 급감했다.

#성공시대를 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요리를 배워 직접 스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메뉴개발에도 공을 들였고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도 했다. 그렇게 허리띠 졸라매고 2년쯤 시간이 흐르니 식당은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어 매출도 쑥쑥 올라 월 매상이 20만달러에 이르렀다. 그렇게 사업에 자신감을 가질 무렵 그는 '귀인'을 만나게 된다. 그 귀인은 유명 피자체인 캘리포니아 피자키친(CPK)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독립한 부동산 에이전트로 초창기 CPK 확장을 주도한 외식업체에선 유명한 인물이라고.

"어느 날 단골고객인 유대인 신사가 식당 사무실로 찾아와 이런 식당은 체인을 해야 한다며 적합한 가게 자리는 자기가 알아봐 줄 터이니 2호점을 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예요. 부동산에 문외한이었던 제겐 귀인인 셈이죠."

이 인연으로 인해 2000년 가부키는 순조롭게 우들랜드힐스에 2호점을 오픈하게 된다. 이후 가부키는 파죽지세로 체인망을 늘려 현재 LA와 오렌지카운티는 물론 네바다, 애리조나, 텍사스 등 총 18곳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1년에 3~4곳씩 지점을 오픈하며 승승장구한 그였지만 그렇다고 지난 25년간 늘 평탄한 길만을 걸어 온 것은 아니다. 오픈 하는 지점마다 대성공을 거두게 되자 욕심이 생겼단다. 지금껏 수익이 나면 재투자하던 형식 아닌 은행 융자 600만달러를 끌어다 2008년 라스베이거스와 애리조나 피닉스 등 총 4곳의 식당을 연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 후 2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그 해 오픈한 식당 4곳에서 매달 10만달러 넘게 적자가 났으니까요. 그러나 지금껏 그래왔듯 음식으로 승부할 수 있다 생각했죠. 그 어려운 시간도 분명 지나갈 거라 믿었어요."

그의 믿음대로 오픈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애리조나 식당 두 곳은 현재 연매출 500만달러를 기록하며 가부키 체인점 중 톱 1·2위를 차지하는 효자 식당이 됐다.

"그 후엔 결코 무리한 투자는 안 해요.(웃음) 벌어서 능력이 되면 1년에 1곳 정도만 오픈하고 있죠."

#차세대 경영을 준비하다

그렇게 내실을 다지며 성장한 가부키는 2013년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이 선정한 '올해의 체인 레스토랑 톱500'에서 일식당 중 매장당 매출로 '노부'와 '베니하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당시 발표된 가부키의 매장당 평균 매출액은 330만달러이며 총 매출은 6000만달러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났다. 지금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해 초 '카이젠 다이닝그룹'을 설립하고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지난 9월 아케이디아에 '텐고쿠 라멘 바'를 오픈했고 내년 2월에는 LA한인타운 2호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또 내년 초 일본식 프라이드치킨 전문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외식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아닌 리드해 가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란다. 그의 이 새로운 도전은 지난해 5월 시작한 하버드대학 최고경영자과정 수강과 무관치 않은 듯싶었다.

"갈 때마다 한 달씩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수업을 들어요. 좀 빡세죠.(웃음) 그래도 공부가 재밌어요. 새로운 걸 배우고 익히는 것만큼 익사이팅 한 것도 없으니까요. 카이젠이라는 이름도 지난해 수업 중 아이디어를 얻은 건데 일본어로 혁신이라는 뜻입니다."

혁신이라는 새 그룹명에는 그의 최근 고민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느새 가부키가 창립 25주년이에요. 나이에 걸맞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이죠. 비즈니스의 다음단계의 핵심 키워드는 차세대 경영입니다. 보다 더 전문적인 인력과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일식 외식사업체로 성장시키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세상에 공짜로 만들어진 성공신화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껏 그래왔듯 고여 있는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흘러가는 한 그의 성공신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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