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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죽기 전에 죽어라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해야 할, 그 강산의 최고수장이 공동정범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는, 속칭 최순실게이트의 '순실이 증(症)' 악성바이러스 확산으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체 그 파렴치한 농단의 끝을 가늠할 수 없어, 어느 논객의 표현처럼 '이미 드러난 사실에 경악하고 앞으로 드러날 사실이 두려운' 국가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이 미증유의 총체적 난국에 대한 빠른 수습은 이 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없는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사이비 종교의 간교한 교주와 그 사악한 무리에게 영혼을 빼앗겨 농락당함으로써,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그 식물대통령에 의한 위기 모면성 한가한 수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수차례 대통령담화에서 그 방안이란 것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이 참여한 '착한 집회'의 촛불민심과 대다수 국민의 충정을 외면하고, 여전히 유체이탈화법의 변명, 위기모면을 위한 '꼼수'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되레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어 촛불이 횃불이 되게 했다. '참 끝까지 속 썩인다'는 허탈한 국민의 소리와 당장 체포하라는 울화치민 강성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제 이 희대의 막장드라마를 명쾌하게 끝낼 '신의 한수'는 바로 '알렉산더 대왕의 쾌도난마' 뿐이다. 특검과 탄핵여부, 퇴진일정 등 법적 정치적 문제와는 무관하게 좌고우면 없는 대통령의 단칼에 달려있다.

죽어야한다. 스스로 '크게' 한번 죽어야 산다.

선사들의 한결같은 일갈이다. 백척간두갱진일보(百尺竿頭更進一步). 대사일번절후소생(大死一番絶後蘇生)

절대 절명인 백 척 장대 끝(마지막 에고)에서 한 걸음 허공으로 내딛거나,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손을 놓아 버리는, 장렬한 큰 죽음이라야 다시 크게 살 수 있다(득도)는 가르침이다. 그것은 '나'의 일부를 포기하거나 적당한 제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은산철벽 같은 '나'가 몽땅 박살나야 크게 살 수 있다는 역설적이고 역동적 생명원리이다.

죽기 전에 죽어라! 죽지 않기 위해 죽어야 한다.

부질없는 미련과 오기로 버티다 안주했던 '불통의 은적 굴'에서 축출 당해 '방을 빼'는 치욕을 겪거나, 질서 있는 퇴진과 명예회복 명분으로 미적댄다면 마지막 기회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쯤이면 '내가 해봐서 알'만큼 그 자리를 누려도 본즉, 추상같은 결기로 '뭐시 중헌디? 그까이' 모든 것, 단박 놓고 훌훌 털어야 한다.

그리하면 비록 그 함자로야 언감생심 청사에 길이 빛날 일은 없겠으나, 아름답게 갈무리한, 조금은 멋진 대통령으로 살아남는 영예는 얻게 되지 않겠는가.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 시 '낙화' 중에서)

병신년(丙申年) 이래저래 심신이 팍팍했던 올 한해도, 끝내 저무는 즈음이다. 그러나 한사코 태양은 다시 뜨리니, 애꿎은 이내마음 달래고 추슬러 따뜻하고 싱그러운 새 해를 품어야겠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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