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오픈 업] 자녀 기 살리는 지혜

수잔 정 카이저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

"아이들은 축소된 어른이 아니지요. 매일 몸과 마음이 자라고 두뇌가 성숙해지니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되는 셈이지요. 물론 너무 가까이 살다보니 변화를 느끼기가 어렵겠지만 …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보시면 어떨까요?"

뉴욕 어느 마약 재활원 환자인 한인 2세 청년의 어머니께 내가 말한 권고이다. 젊은 시절에 이혼을 한 후 세 살 된 아들을 데리고 그녀는 이민을 왔단다. 그리고 재혼해서 낳은 둘째 아들이 바로 나의 환자였다.

아버지가 다른 것 이외에도 소년은 형과 너무나 다른 점이 많았었다. 침착하고 공부에만 몰두하는 형과 달리 그는 노는 것과 스포츠에 뛰어났다. 공부를 못한다고 늘 부모에게 야단을 맞았다. 겉으로는 상관없는 척 했지만 사실은 그도 엄마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처럼 엄마가 안아주고 칭찬해주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애타게 엄마의 웃는 모습을 원할수록 문제는 자꾸 늘어만 갔다. 점점 울화가 치밀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선생님도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자신을 좋아하기는 커녕 불평만 하는 게 아닌가! 친구들에게 잘하려 애쓰다보면 분통이 터졌다. 그래서 주먹을 휘두르다가 그만 ….

너무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니 눈치를 보면서 적당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잃어버릴 때가 많았다. 문제투성이로 낙인 찍혀버린 아들의 '버릇을 고치려고' 그의 아버지는 심하게 매질을 했다. '어른이 되는 길'을 행동으로 보여주기에는 아버지 자신의 불만이 많았고 부부 사이도 나빴다.



그의 형은 그리고 너무나 먼 거리에 있었다. 부모님의 신임과 자부심을 한 몸에 받는 형을 보면서 부러움을 넘어서 분노가 치밀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덩치가 커진 그로서는 형을 두들겨 패는 것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었다. 물론 아버지의 심한 매질과 어머니의 비난이 따라오는 것을 뻔히 안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맞을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너무 밉다보니 오히려 맞고 나면 형에 대해 생기려는 미안한 마음이 상쇄되어 버리는 기분이었다.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어머니는 형만 데리고 떠났다. 아버지와 단 둘이 남은 후 그는 갱단에 입단해서 고독을 풀었다. 반죽음이 되도록 맞기도 했다. 힘이 세고 몸이 날랜 그는 많은 범죄에 끼어들어서 기대 이상의 상과를 올렸다. 드디어 남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부모에게서는 받지 못했던 칭찬까지 갱 두목에게서 받게 되니 더욱 헌신적으로 마약 밀매에도 가담했다.

경찰에 체포되고 그는 재활원을 통해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를 만났었다. 그는 자신이 치료가 가능한 '주의 산만증'이나 '학습 장애'라는 선천적 질환을 일찍 치료 받았더라면 형에 못지않은 지능을 가졌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상담을 계속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을 찾아 온 어머니께 말씀드렸단다. "제가 나쁜 길에 빠졌던 것은 어머니 탓이 아닙니다. 이제 앞으로는 옳은 길로 가는 것을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형에게도 알려주세요."

30여 년 전에 보았던 이 환자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바로 내가 소아 정신과 의사의 길로 가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 탓이리라. 그리고 나는 배웠었다. 아이들이 타고난 기질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며 문제 보다는 장점을 찾아 내어 북돋아주는 부모들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래서 '문제아'들도 자긍심을 지니고 사랑을 나누는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