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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요한과 남성 타락

서량 시인·정신과 의사

‘아무개’라는 뜻의 우리말 ‘홍길동’을 영어로는 ‘John Doe’라 한다. ‘John’은 서구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남자 이름으로 이 가상적인 성명은 18세기 중엽 영국법정에서 토지 소유권에 대한 모의재판을 했을 때 처음 쓰였다고 기록에 남아 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이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1911년부터 창녀들이 만들어낸 슬랭으로 ‘John’은 그들의 고객을 뜻하면서 자기들 비지니스를 알선하고 보호해 주는 핌프(pimp)를 지칭했다. 핌프는 우리 슬랭으로 뚜쟁이 또는 기둥서방이라는 의미. 그리고 1930년 경부터 소문자로 시작하는 ‘john’은 남자화장실이라는 뜻이 됐다.

미 동북부 사람들, 넓게는 모든 미국사람을 양키라 한다.
‘Yankee’의 어원에 대하여 어원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해 뚜렷한 정답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일찍이 유럽에서 건너와 신대륙 뉴욕 근거지에 정착했던 사람들은 홀란드인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의 이름 중에 ‘John’이 제일 많았다. 당시 ‘John’의 애칭이 ‘Jan’이었고 가장 흔한 성이 ‘Kass’였는데 급기야는 ‘Jan Kaas’가 와전되어 ‘양키’가 됐다는 사연이다.

쓰임새의 빈도로 보아 우리 이름의 개똥이, 갑돌이, 철수에 해당하는 이름이 서구에서는 ‘John’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다 못해 음악의 거성 바하의 풀네임도 ‘요한 세바스찬 바하’다. 요한은 ‘John’의 독일 이름. 성경에서 ‘John’을 ‘요한’으로 번역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왔을 무렵이 일제의 잔재가 우세했던 때라서 영어보다는 독일어발음으로 번역이 된 것이다. 그때 요사이처럼 영어가 판을 쳤다면 ‘요한복음’대신에 ‘존복음’이라 했으리라.



서구의 퍼스트 네임은 성현들 이름을 그대로 빌려서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John’을 위시로 해서 Joseph, James, Mathew, Thomas, George, Mark, Paul, Luke, Peter 등등, 예를 더 들자면 입만 아프다. 그 중에서 성(聖) 요한 만큼이나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이름도 드물다. 성현 인기투표를 하면 단연 ‘성 존’이 최고득점이다.

이유가 분명치 않지만 예수가 가장 총애했던 ‘Peter(베드로)’는 20세기 초반에 남자의 성기를 의미하는 말로 바꿨다. 요사이 같은 의미로 가장 자주 쓰이는 속어는 물론 ‘Richard’의 애칭인 ‘dick’이지만 남성의 심벌을 대표하는 말로는 ‘George’ 와 ‘John’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까 가령 당신이 미국여자와 관계를 하는 도중에 그녀가 ‘Your John(George) is so strong!’ 한다면 그것은 즉 당신 존(조지)의 기능이 무척 강하다는 뜻이렸다.

곁말이지만, 여성의 상징은 pussy(고양이), clam(조개), beaver(물개 비슷하게 생긴 바다동물)에서처럼 주로 동물에 비유되는데 반하여 남자의 심벌은 이렇듯 기독교 성현의 이름을 뒤집어썼으니 실로 괴이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John’이 창녀의 손님이거나 기둥서방 내지는 남자화장실이라는 속어로 전락한 언어의 변천사는 남성의 타락과정을 뚜렷하게 반영한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세상을 뜨기 전에 자기 어머니 마리아의 여생을 잘 보살펴 달라고 요한에게 부탁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인류가 말세를 향하여 줄달음질을 쳐왔다 치더라도 어찌 성(聖) 요한이 성(性)을 매매하는 사내로 변모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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