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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작은 나눔에서 시작하는 이웃돕기

[LA중앙일보] 발행 2016/12/15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6/12/14 20:47

진성철 / 경제부 차장

# 한인 김모씨는 우편물을 넣으려고 우체통을 찾았다. 그가 찾은 우체통은 길가에 있는 드라이브 스루 우체통(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도 우편물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체통)이었다. 그는 보내려는 편지 겉봉에 수취인 주소를 적지 않은 걸 확인하고 적어 넣으려 우체통 위에 편지를 올려놓았다.

그러던 중에 트럭 한 대가 우체통 옆에 서더니 조수석에 있던 할머니가 편지를 넣어줄 수 있느냐는 부탁에 바로 받아 대신 넣어 주었다. 그 할머니와 운전석에 있던 할아버지는 '고마워요 젊은이!' 라고 말한 후 환하게 웃고 떠났다. 김씨는 다시 쓰려는 중에 또 다른 차 한 대가 서더니 운전석에 있던 중년 여성의 동일한 부탁을 해서 들어주었다. 그 여성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큰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그들의 감사해 하는 마음에 자신의 가슴도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뿌듯해 했다.

# 한인 이모씨는 딸과 함께 물건을 사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반대편에 SUV차량 한 대가 뒤집어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차 옆에는 라티노 남성이 그 차를 다시 세우려 혼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인도 많이 살고 있는 그 동네엔 어느 차 한 대도 서지 않고 모두 지나가기 바빴다.

이씨는 차를 길가에 세운 후 딸에게 911에 연락하라고 한 후 그 라티노 남성 옆으로 가서 그를 도왔지만 두 사람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그런 중에 트럭 한대가 돕고 있는 사람의 등 뒤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면서 '빵빵' 경적을 울려댔다. 자기가 지나가는데 방해가 되니 비키라는 것이었다. 그 트럭에 있던 사람은 한인이었다. 돕던 두 명은 황당해 했다. 그는 그들을 외면한 채 자기 갈 길을 갔다.

그들은 차의 뒷문을 열고 겨우 안에 갇혔던 사람들을 구조했고 경찰과 소방차와 응급차가 동시에 도착했다. 구조된 사람은 한인 노부부였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이씨는 라티노 남성에게 감사의 말을 전달했고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대형 마켓이나 약국체인점에 구세군 냄비가 등장했다. 구세군 냄비에 수천 달러를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을 돕자며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김씨와 이씨의 경우를 보면서 불우이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금융위기로 경제가 꽁꽁 얼기 시작한 2009년 한인 노숙자를 취재할 때가 생각났다. 그때만 해도 한인사회에서 한인 노숙자가 있다는 건 매우 생소한 시기였다. 그때 취재를 하면서 왠지 멀게 느껴졌던 노숙자라는 단어가 렌트비나 주택페이먼트를 수개월 못내면 누구나 될 수 있는 멀지 않은 단어란 걸 깨닫게 됐다.

불우이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도움을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일순간 불우한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특히 자동차 사고처럼 위급한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비키라고 경적을 울리고 떠난 그 한인도 만약 차 사고를 당했을 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도 어려운 이웃이 될 수 있다.

이웃을 돕는 건 큰 금액의 돈을 기부거나 소외 이웃을 찾아 봉사나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이 아니다. 김씨나 이씨처럼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작은 나눔에서부터 이웃돕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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